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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사 '리베이트 금단증상' 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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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사 '리베이트 금단증상' 약이 없다

입력
2010.01.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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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39개 제약사 관계자들을 불러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 기능성 소화제 '가나톤'의 복제약(제네릭) 출시를 앞두고 '이 약과 관련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였다. 신약 출시를 앞두고 과열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사실상 각서 성격의 확인서를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

이에 대해 제약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잇따른 조치는 리베이트 근절 의지라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모든 제약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같아 당혹스러웠다"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 제약업체 A사는 사면초가에 몰린 느낌이다. 정부가 제네릭 판매에 앞서 적지 않은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영업력이 없어 판매망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 지 조차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네릭은 약 효능은 물론 품질, 가격, 브랜드에서 별 차이가 없어 경쟁력이 없는 경우 영업이 어려운 게 제약업계 현실이다"며 "결국 오리지널 약의 특허권을 갖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가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지금까지 관행처럼 돼온 리베이트지급에 대한 강력한 단속의지를 밝히고 있어 국내 내수시장 판로개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을 위해 큰 회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반면,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들은 향후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조차 세우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자칫 중소제약업계가 공멸할 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도입된 약가-리베이트 연동 정책에 이은 정부의 리베이트 단속 의지 등으로 일부에서 혼탁한 업계 환경을 개선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의 경쟁이 약화하면서 아예 해외시장 개척으로 눈을 돌리는 제약 업체들도 늘고 있다. 그동안 기술력이 쌓인 개량 신약을 무기로 이번 기회에 해외시장 진출에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복제약 발매와 개량신약 개발로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미약품도 올해를 공격적인 해외시장 공략과 연구개발 투자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개량 신약들을 올해 선진국에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르면 3~4년 내에 해외시장을 향한 신약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중소 규모 제약업체를 중심으로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과는 다르게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여력이 되지 않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국내 시장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제약사 영업 관계자는 "리베이트 근절 노력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사실상 영업은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신입사원 모집 등 모든 비용을 반으로 줄였지만 올해 성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제약사 관계자도 "올해 경영은 나빠지는데 당장 내놓을 신약이나 복제해 팔만한 특허 만료 약품도 없다"며 "줄어드는 매출을 메울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중소제약사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위주의 정책만 강력히 할 것이 아니라 중소제약사도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육성 정책도 함께 시행하려는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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