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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배구조 개선 모범규준 확정/ 이사회의장 매년 뽑고 사외이사 임기 5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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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배구조 개선 모범규준 확정/ 이사회의장 매년 뽑고 사외이사 임기 5년 제한

입력
2010.01.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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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사태로 촉발됐던 은행지주회사(은행 포함) 사외이사제도 개편안이 확정됐다.

방향은 크게 3가지를 못하도록 한다는 것.

▦첫째, 지주경영진이 독주를 하지 못하도록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둘째, 그렇다고 사외이사들의 힘이 너무 커져 은행지주사를 좌지우지하지도 못하도록 하며 ▦셋째, 지주경영진과 사외이사진이 결탁해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장기 집권하는 것도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25일 이 같은 방향의 '은행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안을 확정 발표했다. 은행들은 당장 3월 주총부터 새로운 사외이사제도 하에서 지배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개선필요성에 대한 일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정 지배구조를 은행들에 강제하고 결과적으로 모든 은행이 기계로 찍어내 듯 똑 같은 지배구조를 갖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겼나

먼저 경영진견제를 위한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가 눈에 띈다. 앞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때 무조건 사외이사를 과반수로 채우고, 가급적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자는 것.

지주회장(CEO)과 이사회의장을 분리하자는 것인데, 만약 해당은행이 CEO-의장 겸직을 원할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두도록 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CEO의 경영독주를 견제하게 된다. CEO가 맡든, 사외이사가 맡든 이사회 의장은 매년 선임절차를 밟아야 한다.

둘째 사외이사도 견제를 받는다. 엄격한 자격요건이 새로 부여되는데 ▦다른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없으며 ▦자격요건도 금융, 경제, 경영, 법률, 회계, 언론 등 전문가로 제한된다.

또 스톡옵션이나 성과급 지급도 금지돼 '금전적 매력'이 사라지게 된다. 보수와 활동내역 등도 공시를 통해 상세히 밝혀야 한다.

셋째, CEO와 사외이사진의 결탁을 통한 장기집권 가능성을 차단한다. 사외이사는 최초 임기가 2년 이내로 제한되고, 1년씩 연임을 통해 최장 5년까지만 재임이 가능하다. 또 매년 사외이사의 5분의1은 교체해야 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그 동안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져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데다 스스로 권력화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번 개선안을 이런 문제들이 상당부분 개선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인가 독인가

이번 모범 규준은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그 동안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경영진을 실제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의미를 둘 만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특정 지배구조 모델을 대부분 시중은행에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록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은행권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자율규제'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이것이 정부의지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모범규준은 내규나 정관에 반영해 자율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금융감독원이 은행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규준 준수 및 지배구조 개선 여부를 살펴보고 미흡한 곳에는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준강제적 조치임을 인정했다.

김우찬 KDI교수는 "전반적으로 모범 준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은행마다 지배구조가 조금씩 다른데 이를 한 틀에 놓고 획일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한 고위인사는 "투명하면서도 이익을 많이 내는 지배구조가 최선의 지배구조 아닌가"라며 "시시콜콜 하나하나까지 룰을 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정부가 주인인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외국인 주주가 지배하고 있는 KBㆍ신한ㆍ하나금융지주 ▦씨티나 SC제일처럼 외국계 은행 등 은행마다 처한 상황과 대주주, 문화가 다른데 똑 같은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라는 것은 확실히 무리라는 평가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사진=김동호 기자 dh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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