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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오바마의 '좋은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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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오바마의 '좋은 포퓰리즘'

입력
2010.01.2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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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Populism), 대중주의는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흔히 겉만 번드레한 개혁을 표방하는 그릇된 정치행태를 뜻한다. 진실로 대중을 위한 합리적 개혁보다 인기를 좇는 과격한 개혁과 선심 정책 등으로 권력기반을 공고하게 하는 행태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특권 엘리트 집단과의 투쟁에서 대중의 권익을 대변하는 정치 독트린 내지 전략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정치ㆍ경제 권력을 지배하는 엘리트주의(Elitism)에 맞서는 의미에서 긍정적 성격을 지닌다.

민심이반에 '개혁 전쟁' 다짐

집권 1년을 맞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일대 포퓰리즘 공세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오바마는 지난 주, 경제위기를 초래한 은행의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TV 연설을 통해 천명했다. 특히 막대한 세금을 투입한 구제금융으로 살아난 은행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관행을 용납할 수 없다며 10년간 징벌적 세금을 물리겠다고 밝혔다.

진정한 금융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오바마는 어느 때보다 대중영합적인 발언을 거듭했다. 은행 경영진을'살찐 고양이들'이라고 비난하며 개혁 저항세력과의'무한 전쟁'을 다짐했다. '싸운다(fight)'는 단어를 20차례나 썼다. 규제 자체가 금융시장의 대변혁을 예고하지만, 연설의 톤은 포퓰리즘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오바마는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는 기업 선거광고 규제를 언론자유를 해치는 위헌이라고 판결한 대법원을 이례적으로 비난했다. 은행과 석유 메이저, 건강보험회사 등 특수 이익집단의 돈이 정치권에 쏟아질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규탄했다. 이 판결에 힘입어 친기업 공화당이 당장 11월 중간선거에서 약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겠지만, 역시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는 성격이 짙다.

오바마의 포퓰리즘 공세는 매사추세츠 주 연방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압승한 사건이 직접적 계기이다. 매사추세츠는 민주당의 전통적 아성이다. 빈 의석은 진보의 상징인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가 50년 가까이 지킨 자리다. 그러나 패배의 충격은 상징성을 넘어선다. 상원에서 단독 법안처리가 가능한'수퍼 60석'이 무너져 오바마 개혁의 표상인 건강보험 개혁안의 장래가 불투명하다. 다른 정책법안도 마찬가지다. 정치판도의 지각변동이란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렇듯 위기에 처한 오바마의 포퓰리즘 전략은 언뜻 무모하다. 그렇지 않아도 포퓰리즘에 기대어 대통령이 됐다고 폄훼하는 시각이 여전한 처지이다. 그러나 선거 패배의 근본원인에 주목하는 시각은 오바마가 표방한 변화와 개혁의 바탕인 이상주의와 포퓰리즘과 열정을 되찾는 것이 위기극복의 지혜라고 충고한다.

오바마와 민주당의 추락은 유권자 대중, 특히 민주당 지지세력과 무당파 집단의 민심이반 때문이다. 핵심은 경제위기 극복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오바마 집권 1년 사이에 중산층과 서민의 형편은 더 나빠졌다는 좌절과 배신감이다. 대중은 오바마와 워싱턴 정치세력이 치열하게 다툰 건보 개혁의 비용과 이익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반면 실질실업률이 10% 가 넘는 데도 요란한 금융개혁 구호가 무색한 보너스 잔치가 벌어지는 현실에 분노한다. 여기에는 경제정책 책임자들과 정치집단이 대중의 삶을 돌볼 마음이 없는 엘리트 세력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민의 일상적 삶부터 돌봐야

노한 민심을 달래려면 오바마의 긍정적 대중주의, 좋은 포퓰리즘을 되살려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과감한 개혁을 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영국 등 유럽 쪽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금융개혁이 오마바와 미국이 사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이 싸움에 보수와 진보 등 이념을 논할 겨를은 없다고 강조한다. 세종시 싸움에 매달린 우리 정치 지도자와 정치세력들도 대중과 포퓰리즘의 본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일상적 삶을 먼저 돌보지 않는 어떤 정책과 정치와 지도자도 진실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강병태 논설위원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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