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지난 7일 삼겹살 등 12가지 생활필수품 가격을 4~36% 내리면서 촉발된 대형마트 가격 전쟁이 엄청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경쟁업체인 롯데마트가 가세하면서 100g당 1,500원 대이던 삼겹살 가격은 680원까지 뚝 떨어졌다. 덕분에 이마트 영등포점의 경우 삼겹살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가격인하 전 50㎏ 정도에서 600㎏으로 치솟았다고 한다. 반면 대형 마트 인근 정육점들은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 아우성이고, 축산농가들도 삼겹살 외에는 잘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마트가 국내 최저 수준으로 가격을 내린 다른 품목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리한 가격인하 경쟁은 납품가 후려치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은 유통-제조업체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햇반'을 납품하는 CJ제일제당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납품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마트 가격 전쟁의 여파가 영세 납품업체들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위법행위에 대한 직권조사 계획을 내비쳤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경쟁 촉진을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형 마트들의 이번 가격인하는 매출 둔화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원가보다 밑지고 파는 전략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이례적이다. 연간 성장률이 3%도 안 될 만큼 포화상태인 할인점 시장의 정체를 돌파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형 마트들이 판매하는 품목은 7만여 가지나 되는데, 겨우 10여 가지의 가격을 내린 것도 소비자들을 끌기 위한 생색내기 수준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출혈경쟁'의 피해가 막심하다. 영세ㆍ중소 납품업체를 비롯해 일반 정육점, 축산농가 모두 유통구조 왜곡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대형 마트 또한 단기 매출 증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제살 깎아 먹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소비자들도 막상 매장에 가면 할인품목은 품절되기 일쑤여서 별 실속이 없다는 반응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인 가격경쟁으로 되돌아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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