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는 계속 진행 중이며, 홍수와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가 심해지는 것은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2035년엔 히말라야 전체의 빙하가 사라질 것이다."
온난화문제를 연구하는 국제기구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2007년 발표한 900여 쪽의 분량의 평가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이다. 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운 이 보고서는 그 해 노벨평화상을 IPCC에 안겨 줬고, '지구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모토로 지난 날 열린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의 강력한 이론적 근거가 됐다.
IPCC는 최근 이 보고서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부 주장들이 검증되지 않거나, 불충분한 증거ㆍ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 IPCC 부회장 장 파스칼 벨기에 루뱅대 교수는 24일 "우리는 이런 주장의 증거들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며 "최신 성과를 바탕으로 기후와 자연재난들에 대한 새 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IPCC는 22일 히말리야 빙하 2035년 소멸 주장과 관련 "증거가 빈약했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IPCC의 공신력에 흠집을 낸 이 주장은 8년 전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에 게재된 추측 기사를 근거로 했음이 밝혀졌다. 더욱이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이 거액의 연구기금을 타내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24일 파차우리 의장이 운영중인 뉴델리의 에너지자원연구소(TERI)가 빙하소멸에 따른 영향 연구를 명목으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250만파운드(약46억3,700만원)를 타냈다고 전했다. 뉴>
자연재해와 온난화의 상관성에 대한 IPCC의 주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발표 보고서'를 인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 IPCC가 2007년 인용한 자료의 원저자는 1년 후인 2008년에 발표한 공식 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증가와 자연재해에 의해 발생하는 파괴적인 손실 사이에 통계학적 관계를 입증할만한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엄밀성과 공신력을 생명으로 해야 할 IPCC로서는 이래 저래 곤혹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오류에도 불구, 온난화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가령 2035년이라는 특정 시점은 잘못됐지만 히말라야 빙하가 줄어들고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라는 것.
IPCC에 동조하는 영국 과학저술가 마크 리나스는 "온난화는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다. 때문에 실수는 있을 수 있으며 새로운 사실에 의해 수정되어야 한다"며 "이번 실수 때문에 온난화에 대한 IPCC의 전반적인 견해를 부인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스칼 IPCC 부회장도 "IPCC의 작업은 전반적으로 매우 엄격하고 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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