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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말썽꾸러기 언론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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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말썽꾸러기 언론을 위한 변명

입력
2010.01.2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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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울 상문고 재단 비리사건을 취재하던 중앙일간지 사회부기자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며 재단 관계자의 안방을 뒤져 관련문서를 몽땅 손에 넣었다. 학교측은 주거침입 및 사문서 절취 등의 혐의로 기자를 고소했다. 기자와 언론사는 공익을 위한 취재 행위라며 맞섰다.

결국 법원은 죄는 인정하되 공익을 위한 동기의 순수성을 인정, 선고를 유예하는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 지었다. 해당 기자는 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 수상의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것을 용인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런 결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기에는 무언가 불편하다.

공익 보도와 절차의 정당성

이처럼 동기의 순수성과 절차의 정당성(procedural justice)간의 충돌은 언론 현장에서 자주 나타난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평생 좋아한 사람은 임마뉴엘 칸트다. 그는 어둠 속에 빛나는 별과 인간의 양심이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것이라며 늘 감탄했다. 행위 자체의 도덕성에 무게 중심을 둔 칸트에 따르면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겠다. 예외나 상황 논리를 전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에서 칸트의 주장은 언론의 취재 행위에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칸트 식의 주장을 융통성 없고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수긍하기 힘들다고 한다. 현대 사회는 워낙 여러 가지 상황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취재 보도 과정에서 절대적 합법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언론인들은 결과가 수단을 일정부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제레미 벤덤과 J.S.밀 등이 주창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논리를 추종하게 된다.

언론은 이처럼 경우에 따라 탈법적이고 비이성적인 과정을 통해 취재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또 이것을 부채질 하는 것은 인간의 이중적인 판단기준이다. 공권력이 우리를 감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칠게 반발하면서도 탈법적인 몰래 카메라가 들추어 낸 부정부패를 보며 쾌감을 느낀다. 작업장에 설치된 CCTV에는 노여워하지만, 마약 수사를 위한 몰래 카메라는 필요악이라며 당연시한다. 앞서 든 예를 보듯이 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명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권력기관을 사칭하거나 의도적으로 편집하는 경우가 언론에서는 종종 발생한다.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 성난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보수단체들과 검찰의 감정적인 반격은 섬뜩하기만 하다. 특히 동업자 언론까지 나선 이전투구식 비판은 그리 간단하게 봐 넘길 문제가 아니다.

언론 전공학자인 나는 법 해석에 관해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언론보도 내용을 함부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법원 판결의 배경에 대해 한국 언론, 나아가 한국 사회가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다른 어떤 자유와 달리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전제이다. 언론 의 보도내용을 처벌하는 것은 그 어떤 경우보다도 엄격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법원의 메시지를 새겨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시안적인 언론 자유 제한

비록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오역과 조작, 정치성 등이 의심되는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저널리즘의 시각에서도 문제투성이인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핑계로 언론 자유에 족쇄를 채우려는 일부의 공격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다. 언론의 자유란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도 언론에 대해서만큼은 나름대로 우월적인 지위(preferred position)를 부여하고 있지 않은가.

김동률 KDI 연구위원·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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