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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 시트콤이야 드라마야/ 전형적 멜로물 구도에 네티즌들 정체성 논란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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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 시트콤이야 드라마야/ 전형적 멜로물 구도에 네티즌들 정체성 논란 제기

입력
2010.01.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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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 나 소학교 때 우리 버리고 도망갔거든. 그날 낮에 콩국수를 해주더라. 그날 이후로 다른 국수는 다 먹어도 콩국수는 안 먹었어. 근데 이상하게 오늘 다시 콩국수가 먹고 싶더라."(김자옥) "엄마 병원에서 돌아가실 때 전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놓은 콩국수 먹고 있다가 (돌아가셨다는) 그 소식 들었어요. 그리고 오늘 엄마 생일이에요."(오현경)

21일 방영된 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웃음을 추구하는 시트콤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극중 항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세경, 그녀를 눈물짓게 하는 짝사랑 상대 최다니엘, 그런 그녀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윤시윤. 이 구도는 전형적인 멜로물이다. 그러다 보니 '지붕킥은 시트콤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지붕킥'과 전작 '거침 없이 하이킥'(거침킥)의 제작진이나 등장인물 설정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전작의 종반에 나왔던 반전이 '지붕킥'에서도 되풀이될 거라고 예상한다. '거침킥'에서는 박민영의 아버지가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민영 자신은 차량 폭발사고를 당했다. 또 결혼에 골인할 듯하던 이민용과 서민정이 돌연 결별했고, 큰 웃음을 주던 하숙범(김범)도 유학을 떠났다.

종영(3월 19일 예정)이 얼마 남지 않은 '지붕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를 두고 네티즌들은 자못 진지한 태도로 '괴담'을 설파하고 있다. 네티즌 '한바다'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죽음을 예상했다. 그는"매회 시작할 때 나오는 사진을 보면 이순재와 김자옥, 정보석과 오현경 커플만 컬러이고 나머지는 흑백"이라면서 "흑백으로 나온 인물들이 유령이거나 참혹한 결말을 맞는다는 암시"라고 풀이했다. 그는 아울러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우울한 점,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 없이 하이킥' 등 김병욱 PD의 작품 모두 결말이 안 좋았다는 점 등을 괴담의 논거로 들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최다니엘이 신세경에게 선물한 빨간색 목도리가 죽음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고 추리를 펼쳤다.

이런 괴담은 '지붕킥'을 과연 시트콤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정체성 논란까지 낳고 있다. 시청자 김미영씨는 게시판에 "시트콤인지 멜로드라마인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고, 네티즌 '와플'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시트콤도 코미디의 일종"이라며 "하이브리드(변종)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봐 넘길 수는 있지만 요즘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 김병욱PD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할 뿐"

"방송국에서는 시트콤이라고 분류하지만 장르가 무엇이냐는 관심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25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PD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변했을 뿐이지 25분짜리 이야기를 드라마 장르에 틈입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간에선 내가 드라마에 한이 맺혀 시트콤을 드라마화한다고 이야기를 한다는데 정말 화가 난다"면서 "25분짜리 장르를 좋아하고, 스스로 60분짜리 드라마보다 잘 한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의 우울한 분위기에 대해서는 "10여년 전에는 '순풍산부인과'식의 코미디 요소가 강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처럼 지금은 멜로를 하고 싶은 것"이라며 "다만 요즘 앓고 있는 우울증이 극에도 투영돼 그런 분위기가 나온 듯하다"고 말했다. 극중 인물들의 운명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무성한 괴담에 대해서는 "다소 슬프게 끝나겠지만 작가들과 회의를 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괴담같이) 뜬금없는 결말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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