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태세의 미군 병사 곁에 한 소년이 풍선 껌을 불며 앉아 있다. 병사의 자세가 'FM(야전 교범)'이 시키는 것같이 삼엄한 엄폐 자세는 아닌 것으로 보아 그리 살벌한 상황은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저 대비는 파격적이다.
손바닥으로 사진의 왼쪽을 가리고 본다면, 흡사 아버지의 성화에 마지못해 양떼를 몰고 나오긴 했으나 마음은 딴 데로 흘리고 앉은 따분한 목동의 모습 같다.
삼엄한 일상의 긴장에 지쳐버린, 비유하자면 '달관된 영혼'의 형상 같기도 하고, 참담한 현실에 대한 딴청의 안간힘처럼도 보인다. 24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쿠나르라는 곳이다.
아프간 군이 어떤 건물을 수색하는 동안 미군들이 외곽에서 엄호하고 있고, 저 병사는 탈레반군의 만일의 기습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AP 사진기자는 전한다.
일상의 공간이 군인들의 작전 공간과 고스란히 겹치고, 아마도 저 소년의 짧은 생애 전반도 전투의 시간과 포개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 총은 삽이나 망치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쿠나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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