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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부검한 인체 표본, 국과수 "절차에 따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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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부검한 인체 표본, 국과수 "절차에 따라 처리"

입력
2010.01.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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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던 일제치하 부검 인체표본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문제의 표본은 그간 적출배경, 국과수 유입경위, 역사적 의미, 처리방향 등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국과수는 24일 "조속한 시일 내에 일제에 의해 적출돼 보관 중인 두 개의 인체 표본에 대해 연고자를 찾는 등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8일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는 서울중앙지법에 '일제가 부검한 조선여성의 생식기 보존을 중지해달라'는 소송(한국일보 20일 10면 참조)을 냈다.

국과수가 보관 중인 인체 표본은 1920년대 경기 가평ㆍ양평 일대에서 활동했던 사이비종교 '백백교' 교주 전용해의 머리와 '명월관' 기생의 생식기로 알려져 있다.

전용해는 '백백교'를 창시해 "곧 심판의 날이 오고 나는 임금이 되니 헌금을 바치면 벼슬을 주겠다"는 말로 혹세무민하고, 불만을 품은 신도 620여명을 살해한 뒤 경찰 수사를 피해 도주하다 1937년 자살한 채 발견됐다. 일제는 범죄 연구를 위해 그의 머리를 포르말린 용액에 넣어 보관했다고 한다.

명월관은 1909년 '관기제도'가 폐지된 이후 궁중의 기녀들이 몰려들어 일제 강점기 가장 유명했던 기생집으로 1918년 화재로 소실됐다. 일제 경찰은 명월관 기생 중 가장 유명했던 인물로 알려진 한 기생의 사후 성기를 연구용으로 적출해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본부 사무총장 혜문 스님은 "왕비(명성황후)를 죽이고, 여염집 처녀는 종군위안부로 끌어가고, 심지어 기생은 생식기를 오려서 노리개로 삼은 것"이라며 "일제가 조선 여성에게 준 가장 큰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들끓었다. "일제의 유산을 당장 없애라" "치욕의 역사도 후세에 알려야 한다" 등으로 의견이 갈리긴 했지만 국과수의 책임론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국과수는 보관경위에 대해 관련 사료가 발견되지 않아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과수가 옛 치안본부(현 경찰청)로부터 독립해 창설된 55년 경찰로부터 넘겨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백백교 교주 전용해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면서 "일제가 처형한 독립운동가의 두상일 수도 있고, 다른 여러 가능성이 있어서 함부로 없애거나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과수는 24일 "보관 중인 인체표본은 연구 가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그간 마땅한 기회가 없었는데 이 참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일단 경찰에 수사 의뢰해 DNA 대조검사 등을 통해 직계 존ㆍ비속 등 연고자를 찾아보고,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연고 시신 처리절차에 따라 매장 또는 화장할 방침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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