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기미는 보이지만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국일보가 24일 주요 조선ㆍ해운ㆍ철강ㆍ기계업계 최고경영자(CEO) 10명에게 올해 업황 전망을 물은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의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설문에는 김성만 현대상선 사장,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 김영철 동국제강 사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이종철 STX 부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한기선 두산인프라코어 사장(가나나 순) 등이 참여했다. 현대제철은 박승하 부회장을 대신해 이종인 전략기획실장이 설문에 응했다.
"작년보다는 낫겠지만..."
CEO들은 전체적으로 올해에는 상황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황 전망에 대해 응답자 중 1명만이 '작년 수준'이라고 답했을 뿐 9명은 '약간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매출액 역시 '0~10% 증가'(4명)와 '10~20% 증가'(5명)를 예상하는 답변이 많았다. 영업이익에 있어선 응답자 중 3명이 '20~30% 증가'를 예상했고, 2명은 '30% 이상 증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지표상의 개선 전망에도 불구하는 CEO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었다. 우선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변은 2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0~10% 확대' 정도였다. 과반이 넘는 6명은 '작년 수준'이라고 답했고, 2명은 아예 지난해보다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인력 채용 계획에 있어서도 8명이 '작년 수준'이라고 답했고, 확대하겠다는 답변은 1명(0~10%) 뿐이었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온 금융위기의 한파에서는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는 않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업황이 근래 들어 최악에 가까웠던 만큼 매출이나 영업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는 단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의미일 뿐 아직 공세적으로 나설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수요 회복 둔화 우려"
CEO들이 꼽은 올해 이슈에서도 이런 점이 읽힌다. 응답자의 40%가 '세계 경제 회복 여부'를 들었고, '신성장산업 진출 본격화'와 '환율ㆍ유가ㆍ원자재가 변동'이라고 응답도 각각 30%였다. 대규모 투자, 원자재 수입 및 완제품 수출이라는 이들 산업의 특성이 명확하게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내 애로사항에 대한 답변에서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타난다. 경기회복 지연과 이에 따른 수요 회복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체 응답의 70%에 이르렀다. 여기에 개도국 및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경쟁력 증가를 꼽은 의견도 20%였다.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절반인 5명이 '직ㆍ간접적인 금융지원 확대'를 기대했다. '투자활성화 대책'과 '회계 기준 완화' 등의 답변도 나왔다. 상당수 업체가 재정 압박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해는 전사적인 비상체제를 가동, 글로벌 철강회사들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9조3,000억원)를 계획하고 있다"며 "어떤 경영환경의 변화속에서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한 생존경영과 위기후 기회선점을 위한 공격경영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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