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글ㆍ그림/보리 발행ㆍ44쪽ㆍ9,800원
/김성희 등 지음/보리 발행ㆍ232쪽ㆍ1만1,000원
어떤 사실적인 사진이나 여러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위력적일 때가 있다. 아슬아슬 높다란 폐기물 더미 위에 올라앉은 파란집 속 사람들, 그리고 그곳을 사정없이 파헤치는 굴삭기의 모습은 1년 전 비극의 현장을 되새기게 한다.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지난 20일로 1년이 됐다. 지난해 말 보상 문제가 마무리됐고 미뤄졌던 장례식이 355일 만에 치러졌으며 현장 농성도 1주기 추모제로 끝났다. 우리 속의 충격과 분노도 서서히 희미해질 때쯤 나온 이 두 권의 책은 용산 참사를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낮지만 강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림책 <파란집> 의 집은 철거민들이 올랐던 망루인 동시에 보통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사는 집을 상징힌다. 작은 파란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재개발의 위협은 그들을 집 밖으로 내몰고 위태로운 꼭대기 파란집에까지 이르게 한다. 거대한 굴삭기 앞에서 마지막 남은 파란집마저 연기 속으로 사라져버리지만, 그 자리에 들어선 고층 빌딩 사이 아스팔트 바닥에서는 민들레꽃이 피어난다. 파란집>
책장을 넘기는 내내 한마디 말(글)도 없이 묵묵히 그림만 그리던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야 입을 연다. "마지막으로 지키던 파란집은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지만 떠나지 못한 영혼과 남겨진 자의 눈물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만화가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씨는 <내가 살던 용산> 에 각각 한 편씩의 만화를 실었다. 목숨을 잃은 철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담은 다섯 편에 참사 당일 망루 속 사람들의 상황을 재구성한 한 편을 더했다. 다섯 명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저 살기 위해 애썼던 평범한 이웃이라는 점은 같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 나눴던 대화는 눈물이 날까봐 전화도 못 드린 시골 어머니, 그리고 아내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어쩔 수 없이 감정적인 부분들이 보인다. 하긴 이 이야기 앞에서 어떻게 냉정할 수 있겠는가.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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