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파란집'·'내가 살던 용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파란집'·'내가 살던 용산'

입력
2010.01.25 00:11
0 0

/이승현 글ㆍ그림/보리 발행ㆍ44쪽ㆍ9,800원

/김성희 등 지음/보리 발행ㆍ232쪽ㆍ1만1,000원

어떤 사실적인 사진이나 여러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위력적일 때가 있다. 아슬아슬 높다란 폐기물 더미 위에 올라앉은 파란집 속 사람들, 그리고 그곳을 사정없이 파헤치는 굴삭기의 모습은 1년 전 비극의 현장을 되새기게 한다.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지난 20일로 1년이 됐다. 지난해 말 보상 문제가 마무리됐고 미뤄졌던 장례식이 355일 만에 치러졌으며 현장 농성도 1주기 추모제로 끝났다. 우리 속의 충격과 분노도 서서히 희미해질 때쯤 나온 이 두 권의 책은 용산 참사를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낮지만 강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림책 <파란집> 의 집은 철거민들이 올랐던 망루인 동시에 보통 사람들이 희망을 품고 사는 집을 상징힌다. 작은 파란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웃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재개발의 위협은 그들을 집 밖으로 내몰고 위태로운 꼭대기 파란집에까지 이르게 한다. 거대한 굴삭기 앞에서 마지막 남은 파란집마저 연기 속으로 사라져버리지만, 그 자리에 들어선 고층 빌딩 사이 아스팔트 바닥에서는 민들레꽃이 피어난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한마디 말(글)도 없이 묵묵히 그림만 그리던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야 입을 연다. "마지막으로 지키던 파란집은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지만 떠나지 못한 영혼과 남겨진 자의 눈물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만화가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씨는 <내가 살던 용산> 에 각각 한 편씩의 만화를 실었다. 목숨을 잃은 철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담은 다섯 편에 참사 당일 망루 속 사람들의 상황을 재구성한 한 편을 더했다. 다섯 명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저 살기 위해 애썼던 평범한 이웃이라는 점은 같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 나눴던 대화는 눈물이 날까봐 전화도 못 드린 시골 어머니, 그리고 아내에 대한 것이었다.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어쩔 수 없이 감정적인 부분들이 보인다. 하긴 이 이야기 앞에서 어떻게 냉정할 수 있겠는가.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