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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잠' 부동자금, 고수익 좇아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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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잠' 부동자금, 고수익 좇아 '기지개'

입력
2010.01.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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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투자처에 대피 중이던 시중 자금이 고수익을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24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MMF 등 금융권 안전자산에서 풀려난 것으로 보이는 수 조원의 뭉칫돈이 공모주 청약에 몰리는가 하면, 테마주에 묻지마 식 투자가 집중되면서 증시의 하루 거래대금이 9조원을 넘어섰다.

또 지난해 가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이후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까지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여러 번 되풀이 된 '저금리 발 자산거품'이 또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부동자금의 최대 공략 대상은 공모주 시장. 22일 마감한 지역난방공사 공모주 청약에 2조5,000억원이 몰린 데 이어, 영흥철강 청약에도 54억원 모집에 1조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집중됐다. 15일 상장한 우노앤컴퍼니의 청약경쟁률은 무려 562.95대 1이었다.

대표적 위험 투자시장인 증시에도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5조원 미만까지 떨어졌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최근 9조원 수준까지 회복됐다. 원전 수혜주, 3D 영상 관련주, 스마트폰 관련주 등 코스닥시장 테마주를 중심으로 개인들이 직접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고금리 예금에도 돈이 몰려들고 있다. 신한은행이 4일 출시한 연 4.9% 정기예금은 나흘 만에 1조원 한도가 소진됐고, 국민은행의 연 4.9%짜리 예금은 3주만에 8조3,000억원의 돈을 거둬 들였다.

DTI 규제로 위축됐던 부동산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고위험 투자의 대명사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 들어 2주 연속 상승했다. 또 전국 중개업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매매거래가 활발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4.5%로 3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공포'에 휩싸였던 투자 심리가 '탐욕'단계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글로벌 공조에 따른 유례없는 저금리에도 불구, 시중 유동성이 안전자산 울타리를 넘지 못하면서 단기 부동자금의 대표격인 MMF 규모가 127조원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71조원대로 추락했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안전자산인 단기 자금시장에 물렸던 자금이 글로벌 위기 국면이 해소되면서 고수익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중 자금이 위험한 이동을 시작했으며, 이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는 등 기획재정부가 거시정책의 방향을 물가 대신 성장에 맞췄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예견된 행보이지만 중국처럼 자산거품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유동성 흡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저금리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쪽으로 시장의 기대가 쏠리면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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