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야구부 창단 100주년을 맞는 중앙고는 올시즌 야구부와 축구부의 신입생 선발 인원을 예년의 절반인 각 5명으로 줄였다.
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였던 홍성흔(롯데),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과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에 빛나는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 축구협회장을 지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등을 배출한 체육 명문이지만 재정 지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동문회가 모금운동에 들어갔으나 운동부 존속을 낙관하기 힘든 상태다.
올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서울지역 고등학교의 운동부 중 상당수가 재정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고교 운동부는 국가대표 배출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가 엘리트 체육 인재 육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일선 고교에 따르면 서울의 야구 명문인 신일고는 고교 야구부 운영을 위해 최근 같은 재단인 신일중 야구부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신일고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주역인 봉중근(LG), 김현수(두산) 등을 배출한 전통 강호. 신일고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중고 야구부 두 곳을 함께 운영하는 것은 힘들다. 상징성이 큰 고교 야구부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학교 야구부를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구 축구 농구 럭비부가 있는 배재고도 운동부 통ㆍ폐합을 검토했다가 동문회의 지원을 받아 일단 현재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이들 학교 운동부가 위기를 맞은 것은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따른 재정 부족 문제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가 되면 교과 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대신,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학생 정원도 줄어 등록금이 일반 고교의 3배 정도인 연 500만원 수준에 이른다. 그 동안 체육 특기생들은 장학금 형식으로 학비를 감면 또는 면제 받았는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면서 이런 지원이 어려워진 것이다.
중앙고 관계자는 "당분간은 동문 지원으로 근근이 유지는 하겠지만 근본적인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운동부 운영이) 힘들어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길러낸 전통 명문고들이 운동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국가적인 체육 인재 발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사회적 배려 대상자처럼 체육 영재들에 대해서도 학비 감면 혜택을 준다면 존폐 위기에 처한 운동부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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