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최고의 히트상품 김상현(30ㆍKIA). 김상현은 지난해 5,200만원에서 올해 2억4,000만원으로 연봉이 무려 361.5%나 인상됐다. 361.5%는 2007년 한화 류현진의 400%(2,000만원→1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고 인상률이다.
22일 현재 SK(5명)와 히어로즈(3명) 두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은 연봉 재계약을 모두 마쳤다. 올해 8개 구단 재계약 대상자(군입대, 군보류, 외국인, 신인, 신고선수는 제외) 451명 중 98.2%인 443명이 도장을 찍은 것이다.
각 구단은 계약결과를 발표할 때 '수치'를 강조한다. '김상현의 인상률 361.5%는 역대 두 번째이자 타자로는 최고', 'SK 전병두는 지난해보다 166.7%가 올랐다'는 식이다. 물론 과장됐거나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인상과 달리 삭감은 '수치'가 크게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삼성 양준혁의 연봉은 올해 35.7%(7억원→4억5,000만원)가 삭감됐다. 하지만 양준혁이 내년에 7억원을 회복하려면 인상률은 55.6%가 돼야 한다.
2008년 히어로즈 김동수는 연봉이 3억원에서 2억2,000만원이나 잘려나갔지만 삭감률은 고작(?) 73.3%로 기록됐다. 반대로 8,000만원 짜리 선수가 3억원을 받으려면 인상률은 무려 375%에 이른다.
미국의 경영학 교수 아론 레벤쉬타인은 "통계는 비키니"라며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암시적일 뿐이고, 숨기고 있는 것이 진짜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레벤쉬타인의 논리를 연봉계약에 적용하면 같은 금액이라도 인상일 때는 '대폭', 삭감일 때는 '소폭'이 된다.
한편 올해 연봉협상에서는 예년에 흔히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졌다. 두 번째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장성호(KIA)는 어느 구단의 호출도 받지 못하다가 결국 지난 14일 KIA에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연봉이 5억5,000만원이었던 장성호는 54.5%가 삭감된 2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규약상 FA 선수는 1월15일까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1년간 국내에서는 뛸 수 없다.
지난해 연봉이 3,600만원이었던 롯데 이정훈은 연봉조정신청 투쟁 끝에 100% 인상된 7,200만원을 받았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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