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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같고도 다른 한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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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같고도 다른 한국, 일본

입력
2010.01.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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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두 나라에서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나란히 정치와 사법, 언론 문제가 주목 받고 있다. 한국에서 법원 판결에 대한 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한편 일본에서는 검찰의 정계 실력자 자금 수사가 일파만파를 부르고 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가 현역 의원까지 구속해 가며 민주당 최고 실세라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의 자금 의혹을 강도 높게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조심스러운 검찰 비판

오자와 씨가 정치자금 문제로 검찰의 압박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 집권 전인 지난해 3월 정치단체 헌금으로 위장해 건설업체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비서가 체포됐다. 당시 오자와 씨와 민주당은 "야당 탄압"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수사도 이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자와 사무소는 2004년 토지 구입을 위한 4억엔의 자금 입출이 있었지만 이 거래를 이듬해에 있었던 것으로 정치수지보고서에 거짓 기재했다. 검찰은 이 자금에 공공공사 수주 사례금으로 건설업체에게서 받은 돈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강도다. 검찰은 정기국회 개회 직전 오자와 사무소의 회계사무담당 비서였던 현역 국회의원 등을 체포하고 오자와 씨마저 조사했다. 무리해 보일 정도로 강경한 검찰 수사에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봇물 터진 듯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오자 와씨가 "검찰과 전면대결"을 선언하자 하토야마(鳩山) 총리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법무장관은 일반론을 전제로 검사총장(검찰총장)의 지휘권을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해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비판의 화살은 오자와 측에 불리한 검찰 수사 내용을 "관계자에 따르면"이라며 매일 같이 보도하는 언론에게도 향했다. 검찰이 수사를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보는 민주당 의원들은 감시 모임까지 만들었다. 방송정책을 주관하는 총무장관도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면서 어떤 관계자인지 명확하게 하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들었다.

민주당의 불만이 전혀 이해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수사 강행의 배경에 새 정권에 대한 검찰의 경계감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 조사의 투명화를 위해 조사 내용 녹화ㆍ녹음, 검사총장 인사 국회 동의 등을 지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자와 개인이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은 정치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발은 여기까지다. '민주주의' 못지 않게 '법치'를 강조하는 오자와 씨는 검찰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 덕 될게 없다고 판단한 듯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총리도, 장관들도 자신들의 발언이 검찰ㆍ언론 통제로 비치는 것은 "오해"라고 잇따라 해명하고 나섰다. 앞으로 검찰 조사를 지켜보며 국회, 또는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무혐의"를 주장하겠다는 모습이다.

절제된 주의ㆍ주장 정착시켜야

한국에서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PD수첩 제작진 등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한참 도를 넘어섰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좌우 이념으로 모든 사안을 해석하는 단순명쾌함, 자신이 불의라고 판단하면 행동으로 단죄해야 한다는 뜨거운 시민정신이 지배하는 듯하다. 최근 1년간 처음 한국생활을 하고 온 한 일본인에게서 '다이내믹 코리아'가 한국 사회를 묘사하는 참으로 절묘한 구호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에 없는 역동성과 에너지를 느꼈다는 뜻이었지만 왠지 기분이 씁쓸했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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