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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의 특정후보 지지·비방 광고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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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업의 특정후보 지지·비방 광고 허용

입력
2010.01.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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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금융회사, 군수업체, 석유회사 등 거대 이익기업들이 미국 선거에서 특정후보의 당락을 위해 무제한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게 돼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1일 기업의 선거광고 제한조항에 대해 63년만에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인데, 뉴욕타임스는 "대법원이 로비스트들에게 새로운 무기를 줬다"고 지적했다.

판결내용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5대4의 표결로 1947년에 제정된 관련 법 조항이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위헌 판결을 내렸다. 기업들은 그 동안 특정 이슈에 대한 찬반 광고만 가능했고, 후보자 개인에 대한 찬반 광고는 할 수 없었다. 보수성향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등 5명이 위헌에 표를 던졌으며, 진보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등 4명은 "기업의 헌법적 권리가 개인의 권리와 같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연방대법원은 또 선거일 전 30일 동안은 기업, 노조, 비정부기구(NGO)가 선거관련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매케인-파인골드'법안도 위헌으로 선고해 선거 당일 직전까지 기업들이 선거전에 나설 수 있게 했다.

우려감 확산

이번 판결은 보수진영인 공화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노조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익집단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만 막강한 금권을 가진 기업들은 대체로 공화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에 반발하는 월가 금융회사, 군축(軍縮)에 반대하는 군수업체, 기후변화 대책에 반대하는 에너지 업체, 건강보험 개혁에 반대하는 보험사 등이 선거판에 개입, '금권 선거'가 판을 좌우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지 광고뿐만 아니라 비방 광고도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전이 더욱 혼탁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11월 예정된 중간선거(하원의원 전원, 상원의원 3분의1 선거)부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미 네티즌은 "이제 언론의 자유도 돈 많은 기업들만 살수 있다는 것이냐"며 "차라리 헌법의 시작을 '우리 국민들은'에서 '우리 기업들은'으로 바꾸라"고 분개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업 로비스트가 의원에게 전화해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당신을 지지하거나 당신을 비방하기 위해 100만 달러를 쓸 수 있다'고 협박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로비회사 패튼 보그스의 벤저민 긴스버그 변호사는 "정당의 힘이 줄어들고 이익집단들이 정당이 수행해온 기능을 빼앗아갈 것"이라며 "선거 후보들도 자신의 메시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책 검토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특수 이익집단들의 돈이 정치권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도록 '통과 신호'를 보내준 것"이라며 "이는 미국 서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워싱턴에서 매일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 석유회사, 월스트리트의 은행들, 건강보험회사 등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들이 선거광고에 돈을 쓸 때 주주들에 대한 사전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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