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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빈곤의 경제학' '네 개의 덫'에 걸린 최빈국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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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빈곤의 경제학' '네 개의 덫'에 걸린 최빈국을 구하라

입력
2010.01.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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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콜리어 지음ㆍ류현 옮김/살림 발행ㆍ420쪽ㆍ 1만8,000원

냉전이 해체된 이래 세계의 국가들은 더 자연스럽게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으로 분류됐다. 그 전에 가난의 대명사였던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는 경제개발의 사다리를 타고 개발도상국, 나아가 세계를 이끌 경제 파워의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개발의 사다리는 고사하고 미끄럼틀을 탄 50여개 나라는 고개 한 번 들지 못한 채 세계의 낙오자로 전락했다.

저명한 아프리카경제 전문가인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빈곤의 경제학> 에서 이들 세계의 최빈국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진단하고 전쟁, 빈곤, 기아가 반복되는 국가들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를 모색한다.

세계 경제의 황금기였다는 1990년대에도 평균 소득이 5%나 줄어든 이들 국가를 저자는 '밑바닥 국가'로 명명한다. 말라위, 시에라리온, 에티오피아, 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부분이지만 라오스,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들, 최근 대지진의 참사를 겪은 아이티도 수십년째 성장을 멈춘 밑바닥 국가에 속한다. 저자는 이들을 "궁상맞을 정도로 가난할 뿐 아니라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없는 나라들"로 본다. 무려 10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내전, 역병, 무지가 난무했던 14세기와 같은 후진적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윤리적 차원에서건 자원 확보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건 원조만 꾸준히 하면 이들 국가들 빈곤의 늪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폴리어 교수가 보기에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밑바닥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복잡한 딜레마를 정치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근본적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 최빈국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4가지 덫을 주의깊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그 4가지의 덫은 끊이지 않는 내전과 반복되는 쿠데타라는 '분쟁의 덫',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그것을 팔아서 획득한 부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천연자원의 덫'이다. 그리고 경제가 침체되거나 내전으로 국가가 붕괴 직전에 처한 주변국들이 이들 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나쁜 이웃을 둔 내륙국의 덫'이고,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집단이 정부를 구성하는 '나쁜 통치의 덫'은 최빈국들의 상황을 좀체 개선시키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패한 정부 대신 독립적인 서비스당국을 통해 원조를 공여하고, 이들 국가 내부에서 활약하는 개혁가들을 외부에서 지원하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논란이 될 만한 제안도 있다. 최빈국들에 대한 적극적 군사 개입이다. 이들 국가의 정부들은 원조 자원의 상당 부분을 쿠데타를 막기 위한 군사적 용도로 전용하고 있으며, 반정부 세력이 무장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는 평화 유지를 위해 외부의 군사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1993년 소말리아 분쟁에 개입했다가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18명의 군사를 잃은 뒤 여론의 압박에 밀려 미국이 성급하게 철군을 결정하는 바람에 소말리아 내전의 희생자는 30만명을 넘었고, 이듬해 발생한 르완다 내전에 미국이 개입을 하지 않는 바람에 50만명 이상이 학살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논쟁적인 주장도 있지만 세계 최빈국들이 처한 현실을 치밀한 통계자료와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섬세하게 파헤친 뒤 내놓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에는 귀를 기울일 만하다.

원제 'the Buttom Billion' (2007).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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