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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위험한 저녁식사' 의사들, 명탐정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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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위험한 저녁식사' 의사들, 명탐정 되다

입력
2010.01.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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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 에드로 지음ㆍ이유정 옮김/ 모요사 발행ㆍ320쪽ㆍ1만4,000원

1988년 6월 미국 중부 미주리주 소도시의 한 소아과에 설사를 멈추지 못하는 14개월 된 여아가 진찰을 받으러 왔다.

담당의사는 '위장염'으로 진단했는데 검사결과 아기의 대변에서 놀랍게도 '플레지오모나스균'이 검출 됐다. 이는 열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균.

아기는 물론이고 그 부모도 열대지방으로 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 이 균을 매개하는 생굴이나 덜 익힌 조개를 먹은 적도 없는데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의사는 몇 차례의 탐문조사 끝에 아기를 맡아주던 보모가 열대어를 키우고 있음을 알아낸다.

보모의 남편이 수조의 물을 종종 욕조에 버렸으며 보모가 욕조 소독을 하지 않고 아기를 목욕시킨 것이 위장염의 화근이 됐던 것이다.

모든 결과가 정상인데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지속되거나, 병인을 발견했지만 환자가 어떻게 그 병인과 접촉했는지를 알아낼 수 없는 경우 의사들은 실낱같은 단서에 기대 원인을 추적한다.

의사들이 환자의 가족, 친구, 직장동료를 탐문하기도 하고 환자의 생활공간을 직접 찾아가 숨어있는 병인을 찾아내는 과정은 마치 미제 사건을 푸는 베테랑 형사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위험한 저녁식사> 는 알 수 없는 병의 원인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를 끈질기게 추적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다. 책에 소개된 16가지의 사례는 고도의 지적 게임과 놀랄만한 반전이 결합돼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가령 갑자기 폐암 진단을 받은 1970년대 초 한 30대 남성의 사례. 희한하게도 종양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자 의사는 이를 과민성 폐렴으로 다시 진단한다. 그렇다면 폐렴의 병원균은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담당의사는 더없이 건강했던 그 환자가 새 사무실로 이사한 뒤 증상이 나타난 점에 주목, 그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장비를 직접 들고 찾아가 건물 공기정화 시스템 배관에 잠복해 있는 폐렴의 원인균을 찾아낸다.

복잡한 원인들의 인과관계를 꼼꼼히 따져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의학지식만 얻을 것 같지는 않다.

얽히고설킨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할 때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무 한 그루가 아닌 숲 전체를 보라'는 교훈을 얻을 법도 하다. 저자는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여러 편의 대중의학서를 낸 의학작가이기도 하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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