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밝힌 은행 규제안이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할 경우, 국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유럽 등 금융 선진국들에게는 규제강화라는 방향이 한층 확실해질 가능성이 높고, 올해 G20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은 우리나라 역시 국제 논의흐름에서 자유롭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 행정부가 준비중인 규제안의 핵심은 대형 은행들이 과도한 차입을 통해 고위험 투자를 해 온 관행을 막겠다는 것으로, 주로 투자은행(IB) 업무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고 파생상품 같은 투자 대상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고, 한때 자기자본의 30배까지 이르렀던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자금조달) 비율을 크게 낮추는 쪽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상업은행(CB)들이 고객의 예금을 받아 투자해 오던 부분은 고위험 투자가 아닌 이상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규제안의 현실화까지는 아직 변수가 많다. 당장 월가 은행들과 미국내 보수세력의 반발로 오바마의 안이 그대로 의회를 통과할 지 장담하기 어렵고 유사한 국제 논의도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
사실 이번 안이 미국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오바마의 연설 내용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결성된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이미 논의중인 내용들"이라며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가 주요 주제에 대한 내부 입장을 정했다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 행정부의 안이 원안에 가깝게 의회를 통과할 경우, 국제적인 연쇄작용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대형 은행들이 규제가 강화되는 미국을 피해 유럽으로 IB 본거지를 옮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미국과 유럽의 규제는 비슷한 수준에서 맞춰질 공산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각국이 나름의 금융규제안을 마련중이지만 시스템 리스크를 막을 장치만 마련된다면 결국에는 남들보다 수익을 크게 가로막을 규제는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등에 비하면 국내 금융권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규제강화의 대상인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대형은행'(SIFI)도 없는데다, IB업무 비중 역시 아직 미미하기 때문. 다만 올해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FSB 총회 개최국임을 감안하면, 이번 미국의 규제안이 국제 이슈로 떠오를 경우 관련 국제논의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규제 측면에서도 올해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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