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이 가장 공략하고 싶은 곳은 중국 시장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중국은 과속을 우려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 외국기업들이 중화사상으로 똘똘 뭉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2008년 5월 쓰촨성 대지진 당시 성금을 많이 낸 외국기업들의 순위를 매기고, 성금을 먼저 낸 순서까지 따지던 중국 네티즌에 깜짝 놀란 글로벌 기업이 적잖다.
그런 중국에서 외국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TV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 기업이 바로 SK이다. 베이징TV(BTV8)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중국판 장학퀴즈의 프로그램명이 'SK장웬방'인 것. 중국 정부가 기업명이 들어간 프로그램을 방영토록 허용한 것도 그 동안 SK가 보여준 인재경영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정신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SK장웬방은 최근 중국 방송 관련 정부기관인 '국가광전총국'이 주관하는 제21회 싱광상(星光奬) 시상식에서 청소년 TV 프로그램 부문 대상까지 수상했다. 싱광상은 중국 정부가 TV 프로그램 가운데 공익성뿐 아니라 재미까지 갖춘 우수한 작품을 2년마다 선정해 주는 상이다.
SK가 이처럼 중국에서 인재 경영을 펼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고 최종현 전 SK 회장의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의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10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심는 만한 일이 없고, 100년을 내다보면 사람을 심는 만한 일이 없다는 뜻에서 인재 경영을 강조한 문구다. 이러한 그의 철학이 중국서도 통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 최 전 회장의 안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사실 1,000년을 내다보고 우리나라 장례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 낸 인물이다. 그는 재계 총수로는 보기 드문 화장을 실천했고, 화장장을 지어 사회에 헌납할 것을 유지로 남겼다. 그리고 그 유지는 최근 SK가 세종시에 장례문화센터를 지어 기부한 것으로 12년여 만에 완성됐다.
그 동안 고 최 전 회장의 유골은 화장 시설이 완성되지 않아 선영에 가묘 형태로 안치돼 왔으나 장례문화센터가 준공됨에 따라 조만간 수목장 형태로 영면에 들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강산이 묘지강산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후대를 위하여 스스로 화장을 실천하고, 결국 한 그루 나무로 돌아가는 그의 발자취에서 소란스럽기만 한 세종시 정국의 실마리를 찾을 순 없는 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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