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입니다." 아이티 지진 발생 12일째인 23일(현지시간) 3시간이 넘는 악전고투 끝에 20대 남성을 구조한 프랑스 구조대원은 벅찬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구조대원은 눈물을 훔쳤고, 구조대장 역시 "하나님"을 불렀다고 미 CNN이 보도했다.
아이티 정부가 생존자 수색 종료를 선언한 22일 오후 4시 이후에도 국제 인명 구조대가 노력을 계속한 덕분이다.
구조된 위스몽 엑상튀(24)는 포르토프랭스의 '호텔 나폴리 인' 건물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있었다. 호텔 식료품 가게 점원이었던 그는 "코카콜라를 매일 마셨다"고 말했다. 무너진 콘크리트 사이로 생긴 작은 공간에 등을 대고 누워서 손에 닿는 콜라와 맥주, 과자를 먹으면서 11일 동안 버틴 것이다. 구조 당시 극심한 탈수증세를 보였지만 외관상 다친 곳은 없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엑상튀는 "매일 밤 구출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견뎠다"고 AP에 밝혔다.
하지만 엑상튀같은 기적은 이제 바랄 수 없게 됐다. 유엔이 아이티 정부의 생존자 구조 마무리 요청을 받아들이고 재건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바이어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희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사실상 수색 중단을 예고했다. 그 동안 매몰 현장에서 구한 사람은 132명이 넘는다.
한편 23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무너진 성당 밖에서 로마 가톨릭 조지프 세르그 미오 아이티 대주교와 찰스 베노이트 지구 수석사제의 장례식에 르네 프레발 대통령을 비롯한 아이티인 수백명이 모여 애도했다. 아이티 정부는 이날 정부가 수습한 시신은 약 12만구지만 여기에는 가족들이 수습한 경우가 포함되지 않아 총 사망자는 이보다 많은 2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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