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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었다… 찾아보세요, 우리가 잊은 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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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었다… 찾아보세요, 우리가 잊은 가치들

입력
2010.01.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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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사건 등 정치적 논란이 됐던 사건들에 대한 법원의 잇단 무죄 판결에 반발하는 보수진영의 비판과 항의가 도를 넘어 공격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연일 이념적 잣대로 사법부를 흔들면서 이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3심제'라는 사법적 절차로 풀어야 할 판결에 대한 불만이 장외 이념대결로 확산될 경우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동시다발적인 집회를 갖고 법원을 향해 "인민재판소", "좌익 판결" 등의 구호를 외치며 색깔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일부 회원들은 대법원장 관용 차량에 계란을 투척하는 일까지 벌였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등 50여명은 이날 오전7시부터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앞에 모여 대법원장 출근 저지에 나섰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자, 3명이 공관 근처 육교에 올라 관용차를 향해 계란을 던졌다.

이들이 던진 계란 4개 중 2개가 조수석 유리창과 지붕에 맞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 차량에 계란을 던지는 행위는 사법 사상 처음"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보수국민연합 등 다른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도 이날 오후 2시 20분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용훈 즉각 퇴진' 등의 문구와 사진이 들어간 피켓을 불태우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법원 청사 난입까지 시도하다 경찰의 저지로 20분 만에 물러났다.

앞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19일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 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의 양천구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연데 이어20일에도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를 결정한 서울고법 이광범 부장판사의 서초동 아파트 단지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동연 판사는 '누군가 출근길을 미행한다'는 소문까지 돌자 19일부터 귀가하지 못하다가 이날 휴가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법원에 대한 반발이 과격화하자, 1950년대식'사법 테러'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1950년대 진보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만을 품은 반공단체들이 당시 판사에 위협을 가하고 대법원 청사에 난입했는데, 그 시절로 후퇴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도"판결결과에 납득하지 못하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럴수록 차분하게 의견을 표출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과 보수언론이 법리적 비판 외에 판사의 나이나 성향 등을 따지며 '이념 대결'로 몰고 가면서 과격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는 문제의 판결들에 대해 "숨죽인 정권붕괴세력에 홍위병식 광풍을 몰고 올 죽창을 쥐어준 꼴"(장광근 사무총장), "사법 독선"(안상수 원내대표), "군대의 하나회 비슷한 사조직이 집단적 움직임 주도"(정몽준 대표) 등의 표현을 쏟아내며 맹공을 퍼부었다.

법조계나 학자들은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여론전이 아니라 상급심의 판단으로 가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의 한 간부는 "누구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법정이란 링 안에서 싸워야지 링 밖으로 끌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판결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3심제가 있는 것"이라며 "법치를 내세우는 보수가 사법부를 공격하는 것은 아이러니인데, '내 생각만 옳다'는 권위주의적 법치가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 임용절차나 전관예우 등 사법부의 문제는 이번 판결과는 별개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평 경북대 교수는 "사법권 독립 못지 않게 사법의 책임도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라며 "그 동안 보수든 진보든 사법부의 권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춰왔는데, 사법 책임도 구현할 수 있는 전반적인 틀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은 이날 계란 투척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서울중앙지검도 법원 앞 시위에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관할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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