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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이대길로 열연중인 장혁 "선악 넘나드는 역할에 매력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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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이대길로 열연중인 장혁 "선악 넘나드는 역할에 매력 느꼈죠"

입력
2010.01.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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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하던 허리를 의자 등받이 깊숙이 기댄다. 오른쪽 어깨가 30도 정도 내려간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눈을 내리깔더니 양반집 도련님의 온순한 눈빛은 불과 3초도 되지 않아 야수를 닮은 추노꾼의 것이 된다. KBS 2TV 수목 사극 '추노'에서 추노꾼 이대길로 열연하고 있는 탤런트 장혁(34)이 극중 10년 전 도련님에서 현재의 추노꾼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1998년 SBS 드라마 '모델'로 데뷔, 13년차를 맞은 장혁을 14일 서울 소공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인상은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불한당', 영화 '화산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에서 보았던 껄렁한 청년의 이미지가 강했다. 청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이며, 잔뜩 힘이 들어간 눈을 보면서 입을 열면 혀에 씹힌 듯 입 속에서 맴도는 반 토막 발음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안녕하세요. 장혁입니다"라는 인사부터 한 음절씩 똑똑 끊어지는 듯한 발음은 카페 주인에게 "오디오 음량을 낮춰달라"고 요청까지 하게 만들었다. 2004년 병역 비리에 연루돼 갑자기 입대한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신문 사설을 소리 내어 읽은 것이 도움이 됐단다.

지난해 여름 '추노'의 시놉시스를 처음 봤을 때 장혁은 설?다. 주인공 이대길은 선이냐 악이냐 딱 나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이어서 운신의 폭이 넓었다. 이다해와의 멜로 라인, 당시 민초들을 항변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었다. 그는 "시청률이나 인기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대길이라는 역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만이 관심사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매회 거듭되는 거친 액션도 그에게는 맞춤옷처럼 딱 떨어졌다. 무술이라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2001년 시작한 절권도 덕분이다. 장혁은 치고받는 격투 장면을 직접 디자인한다. 격투 장면이 많아 힘들지 않냐고 묻자 "힘든 줄은 모르겠고, 대신 이대길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만 가득하다"며 입꼬리를 올렸다.

'짐승남'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탄탄한 근육은 '추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담당 프로듀서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배우들에게 영화 '300' 인물들의 근육을 만들어오라고 주문했다. 장혁은 "우람한 근육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삽과 도끼질로 단련된 노동자의 근육을 만들어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면서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 하루도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온통 드라마 생각뿐인 듯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도 엿보였다. "촬영을 시작한 지난 여름부터 귀가가 늦어 첫째 재헌(3)이 자는 모습만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둘째 승헌이가 태어날 때는 아내와 함께하지도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영화, 드라마를 통틀어 스무 번째 작품 '추노'에 빠진 장혁에게서 도령, 노비, 아버지가 보였다. 1인 3색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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