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6시50분 광역 급행버스 일산선(M7106번)이 출발하는 경기 고양시 대화역. 일산신도시(대화역-주엽역-강선마을-마두역)에서 40~50분이면 논스톱으로 광화문과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광역버스다.
버스가 도착하자 길게 줄을 섰던 승객이 올라탔고, 금세 39명 정원을 채우고 출발했다. 2~3분 뒤 또 버스가 도착했지만 대기자가 많아 바로 '잔여좌석 0'이라는 표시가 들어왔다.
비슷한 시각 세 번째 정류장인 강선마을 앞. 정원을 채운 M버스가 정류장 근처에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휙' 지나쳐 버렸다. M버스는 입석 승객을 태우지 않기 때문에 정원이 차면 무정차 통과한다. 4번째 정류장인 마두역에는 아예 M버스 이용객이 보이질 않았다.
시범 운행중인 광역 급행버스(M버스) 운영 방식을 놓고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경기ㆍ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M버스 6개 노선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M버스는 최고급 차량에 국내 최초로 '전 좌석 정원제'를 도입하고 정차 정류장이 적어 장거리(30㎞ 이상) 이동에 편리하다. 여기에 운행 정보 전광판, 휴대폰 충전기 구비 등 기존 버스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높은 호응으로 이용객이 몰리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기왕이면 '편리하고 빠른 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M버스로 몰리면서 출ㆍ퇴근 시간에는 첫 출발 정류장이 아니면 승차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기존 간선급행버스(8200번)를 폐선하고 노선의 추가ㆍ변경 없이 만든 수지선(M4101번ㆍ용인 수지-서울시청)의 경우 출발 정류장(지역난방공사)이 아닌 다른 정류장 승객들은 M버스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할 처지다. 대안으로 최근 출퇴근 시간 5개 차량(15~20분 간격)에 한해 중간 정류장부터 출발하는 임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화성 동탄신도시 한빛마을 정류장에서도 매일 비슷한 광경이 반복되고 있다. 동탄선(M4403번ㆍ동탄-강남역) 이용객 최모(38)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일 M버스를 기다려 보지만 결국 출근 시간에 쫓겨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며 "요즘엔 포기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응이 좋은 M버스 차량을 대폭 늘리거나 출ㆍ퇴근 시장만이라도 일부 차량을 중간 정류장에서 출발하도록 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와 버스를 실제 운영하는 회사들은 M버스의 구조상 대폭적인 차량 증차는 힘들다고 항변한다. 기존 간선급행버스는 손실이 났을 경우 해당 지자체가 적자 보전을 해주지만 M버스는 이런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M버스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출ㆍ퇴근 시간이 아닌 한가한 시간대에는 잔여 좌석이 생기고, 정부 지원도 없어 무조건 증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M버스 차비가 간선광역버스와 같은데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3월에는 2,000원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다른 차비에서 차이가 나 승객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 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