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주면 2~3일 지진 잔해를 치울 수 있지만, 일자리를 준다면 끝까지 해낼 수 있습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통역 일거리를 찾기 위해 구조대원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아이티인 조셉 네슬리(31)씨는 20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장기적인 대책을 바라는 소망을 이렇게 전했다. 언제까지나 남들이 던져주는 빵에 기대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소망은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며, 세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구호노력도 점차 단기적인 인명구호에서 장기적인 재건지원 모색으로 전환되고 있다. UNDP(유엔개발계획)는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제거와 재건축 작업을 위해 아이티인 22만명을 고용할 계획을 밝혔다. 이미 400명의 아이티인들이 고용돼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티인들은 "보안경비이건 건설일꾼이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20일 "자잘한 접근이 아닌 보다 큰 그림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아이티 재건을 위해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제2의 '마셜플랜'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셜플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16개국에 지원됐던 미국의 대외원조정책이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각국이 약속한 아이티 지원 펀드 총액은 약 12억 달러로, 마셜플랜과 같은 큰 재건 사업이 가능한 규모다.
문제는 지원 방식이다. IMF는 지진 직후 1억 달러의 비상펀드를 아이티 정부에 지원하기로 했는데, 무상원조가 아닌 빌려주는 돈이어서 비판을 받았다. 아이티는 극심한 부채국가로 빚을 갚지 못하기 일쑤인데, 또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이티에 대한 부채탕감 계획을 밝힌 프랑스 정부는 "지금 IMF가 해야 할 일은 채권국들과 상의해 아이티의 빚을 없애주고, 새로운 빚도 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에 대한 지원은 무상 지원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24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아이티 채권국 정상회의와, 27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아이티 재건 원칙으로 ▦아이티 정부와 공여국이 재건기금을 공동 관리할 것, ▦아이티 시민단체를 통해 구호품배급을 하는 등 아이티인들이 재건의 주체가 되게 할 것, ▦휴대용 태양열 전등을 나눠주는 등 일부 권력층이 아닌 가난한 국민 대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지원에 중점을 둘 것 등을 제시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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