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 TV 월화 드라마 ‘공부의 신’(이하 ‘공신’)의 초반 성적이 특별반 수업을 받은 듯 확 올랐다. 방송 첫 주(1월4, 5일) 22위로 출발한 주간 시청률 순위가 2주차(1월11,12일)에 6위로 껑충 뛰었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이런 거침없는 상승세는 학생과 학부모를 사로잡았기에 가능했다. AGB닐슨에 따르면 특히 10대와 40대의 시청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회가 방송된 지난 18일에는 동시간대 시청자 가운데 10대 남녀의 19.4%와 40대 여성의20.1%가, 다시 말해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공신’을 봤다. 대부분 한 자릿수 시청률에 그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들은 왜 빠져드는가? '공신'만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본다.
10대 후반인 중고생들에게 ‘공신’은 처음 경험하는 학원 드라마다. 예전에도 학원 드라마가 있었지만 그때는 많아 봐야 열 살 전후여서 공감할 수 있었던 나이가 아니었다. 지금은 다르다. 자신들의 실제 고민과 관심사가 드라마로 그려지니 절로 눈이 간다. '공부 잘하는 법'이 주된 내용이라 더 가깝게 느낀다.
'공신'을 꼭 챙겨본다는 예비 수험생 조모(17)양은 “같은 또래의 얘기인 데다 꼴찌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많은 친구들이 공감한다”며 “이제 고3인데 공부 비법을 알려준다니 불안함을 덜기 위해서라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최예지(15)양은 극중 시간 계획표를 짜는 장면을 보면서 시간표를 만들었다. “고등학교에 가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공부하는 얘기를 다룬 드라마라 관심있게 본다”고 했다.
10대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의 러브 라인에도 관심이 많다. 어른들의 농익은 연애가 아니라 같은 또래 학생들의 풋내 나는 사랑 얘기가 나오니 제대로 감정 이입이 되는 것. 10대의 주요 화두인 선생님 얘기도 빠질 수 없다. 친구들끼리 극중 선생님과 실제 선생님을 비교해보며 재미있는 선생님과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한다.
‘공신’은 10대에게 가장 민감한 공부, 사랑, 선생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10대 중고생 못지 않게 40대 학부모들의 열기도 대단하다. 한 예비 고3 학생은 “엄마가 ‘넌 왜 저렇게 공부 안 하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늘 같이 본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엄마가 원래는 다른 프로그램을 보셨는데, 내가 같이 보자고 해서 지금은 함께 본다. 오히려 엄마가 더 챙겨 본다”고 말했다.
‘유승호 효과’는 10대와 40대를 가리지 않고 통했다. “자식 공부 걱정 때문에 보기도 하지만 유승호군의 연기가 너무 귀여워서 점점 빠져든다”는 학부모도 있다. ‘공신’에서 유승호를 비롯한 아역들의 매력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꼽은 매력 포인트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성적이 안 좋은 아이에게 공부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힘들었는데, 드라마에서 용기와 희망을 줘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신’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드라마 비평가인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각자의 재능을 살리는 참된 교육의 방향과 목적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아 학벌지상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작가나 연출자가 좀 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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