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에게 '의연하고 당당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총장은 어제 전국검찰 화상회의에서 "주변 국면이 어수선하지만 검찰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나갔으면 한다"며 "검찰에 주어진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언급은 강기갑 민노당 대표,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무죄 선고로 검찰 조직이 격앙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그제 "사법부 판단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법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던 김 총장이 감정에 좌우되는 장외 공방보다 이성이 지배하는 법 테두리 내에서의 대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ㆍ검 갈등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법ㆍ검 갈등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국민에게 일단 안도감을 갖게 한다.
국가 법 질서 유지의 근간을 이루는 법원, 검찰의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면 국민과 사회의 불안도 덩달아 커지기 마련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켜 내겠다"며 여당과 검찰, 보수 언론의 공세에 적극 대응할 의지를 밝히고, 김 총장이 법원을 직접 겨냥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지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또한 대립과 갈등은 법원과 검찰에 득은커녕 부메랑이 되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검찰이 법원과의 갈등에 집중하면 범죄와 부정부패가 그 틈을 파고들 것이고, 법원이 외부와의 다툼에 몰두하면 사법 신뢰에 금이 갈 것이다.
결국 법원과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뿐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감정적 설전이 아닌 이성과 합리와 예의를 갖춘 법리 논쟁을 하는 것이다. 법원과 검찰의 법리 논쟁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정치적 이해나 이념적 갈등이 개입할 여지도 적다. 묵은 감정을 털고 이해를 넓히는 일이 쉽지 않고,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것은 법원과 검찰에 던져진 당위의 문제다. 김 총장의 언급이 법ㆍ검 갈등 해소의 촉매제가 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