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에는 요즘 활기가 넘친다. 밴쿠버동계올림픽(2월13~3월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표팀을 감싸는 기운은 긴장감보다 자신감이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거둔 만족스러운 성적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벌써 5번째 올림픽을 맞는 맏형 이규혁(32ㆍ서울시청)과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500m 동메달리스트 이강석(25ㆍ의정부시청)이 금메달 염원을 실현시킬 선봉장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지만, 금메달은 아직 없다.
대표팀에는 또 다른 신기원을 꿈꾸는 이들도 있다. 여자 500m의 이상화(21)와 남자 5,000m의 이승훈(22ㆍ이상 한국체대)이 주인공. 역대 올림픽에서 거둔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남자 1,000m(1992년 알베르빌 김윤만)와 남자 500m에서 나왔다. 여자부와 장거리는 '노메달'이다. 이상화와 이승훈이 새 역사 쓰기에 나서는 셈.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상화는 지난 17일 일본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틀간 500m와 1,000m를 각각 두 차례 뛴 합산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여자선수로는 첫 우승. 500m 세계기록(37초00)을 보유한 예니 볼프(독일)도 그를 꺾지 못했다. 이상화는 "주위에서 '빙상 10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껏 띄워주더라"며 웃었다.
이상화의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17세의 나이로 처음 출전한 토리노대회에선 500m 5위에 올랐다. 당시 동메달로 착각했다가 5위를 확인한 이상화는 인터뷰 도중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상화는 4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그땐 어려서 여유가 없었다"면서 "지금은 노하우가 많이 생겼고,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여자 500m에선 볼프와 왕베이싱(중국), 이상화의 3파전이 예상된다. 왕베이싱의 최고기록은 37초02. 이상화의 최고기록(37초24)보다 0.22초가 빠르다. 최고기록에서 가장 뒤지는 만큼 남은 기간 스타트 보완으로 동메달 이상을 노린다는 게 이상화의 각오다.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서 탈락한 뒤 지난해 10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발전을 통과한 이승훈은 남자 5,000m의 다크호스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2차대회에서 4년 만에 한국기록을 경신(6분25초03)하더니 4, 5차대회에서도 5, 7위로 '톱10'을 지켰다. 5차대회에선 6분14초67까지 기록을 끌어올렸다. "폐활량을 재봤는데 마라톤의 황영조 선수와 같은 기록이 나왔다고 하더라"며 쑥스럽게 웃은 이승훈은 "체력이라면 자신 있다. 올림픽을 위해 스피드에 발을 디딘 만큼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승훈이 바람을 현실로 바꾸면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장거리 메달리스트가 된다.
남자 5,000m는 다음달 14일, 여자 500m는 17일 각각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펼쳐진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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