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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1000만 관객의 의미/ 전세계는 3D 마술의 환상에 빠지고 충무로는 '무한경쟁 시대' 막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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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1000만 관객의 의미/ 전세계는 3D 마술의 환상에 빠지고 충무로는 '무한경쟁 시대' 막오르고

입력
2010.01.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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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23일께 '1,000만 관객' 고지에 오른다. 국내 개봉 외화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19일까지 966만명(수입배급사 20세기폭스코리아 집계)이 '아바타'를 만났다. 평일 관객 10만명, 주말 30만명이 꾸준히 극장을 찾아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사상 최고 흥행영화인 '괴물'의 기록(1,301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가 온통 '아바타' 열풍

매출액에서도 '아바타'는 19일까지 84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최고 흥행 영화 '해운대'(810억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관람료가 각각 1만3,000원(일반 3D), 1만6,000원(아이맥스 3D)인 3D 상영방식 덕이 크다.

'아바타'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114개국 관객들이 열광하고 있다. 총 상영관 수만 1만 8,101개(17일 기준)로, 지난 5주 동안 16억 676만 달러(약 1조 8,108억원ㆍ무비라인 인터내셔널 집계)를 벌어들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4억 9,176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해외 수입이 11억 1,501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카메론의 전작 '타이타닉'(18억 4,300만 달러)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흥행기록 경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국에선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자마자 2D상영이 금지됐다. 중국 당국의 자국 영화 보호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해석된다.

스펙터클의 개념을 바꾸다

'아바타'의 상업적 성공이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외화 1,000만 관객 시대를 맞이한 한국의 충무로에 '아바타'의 흥행몰이는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그동안 충무로에선 '외화 1,000만 불가론'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1,000만 관객이 볼 영화는 사회적 이슈가 따라야 하는데, 이렇다 할 이슈가 있을 수 없는 외화는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바타' 이전 외화 최고 흥행기록을 지녔던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이 750만 고지에서 물러선 이유도 사회적 화제의 부재 탓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아바타'는 3D라는 첨단무기를 앞세운 볼거리로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아바타'는 개봉 전 외신으로부터 '영화 마술이 돌아왔다'(Movie Magic Is Back)는 극찬을 받았다. 그만큼 시각적인 충격이 대단했다. 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아바타'는 시청각적으로 신기원을 연 영화"라며 "스펙터클의 체험 자체를 바꿔놓았으니 관객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충무로에 위기의식 불러

한국영화에 '아바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도 하다. 외화 관객 1,000만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부여했던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되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는 의미다. 한국시장의 잠재성을 확인한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충무로엔 커다란 위협이 될 전망이다.

3D라는 새로운 기술적 영역도 한국영화에는 고민거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책을 모색하고, '제7광구' '아름다운 우리' 등의 영화가 제작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영화인은 "지난 10여년 동안 좁혀졌던 할리우드와 한국영화의 격차가 다시 크게 벌어진 느낌"이라며 "앞으로 할리우드의 위세에 눌리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긍정적인 분석과 전망도 나온다. 충무로의 위기의식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목소리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이제는 '디워'처럼 애국심에 호소해 관객을 모으던 시대는 지났다"며 "한국영화가 경쟁하기 힘들어졌지만 위기감은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영화인들 '아바타' 나는 이렇게 봤다

● "시각이 주는 즐거움으로 새로운 오락영화 체험"

이야기가 주는 새로움은 없었다. 그러나 '아바타'는 3D가 주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영화다. 우리가 극장에서 잊고 지내던 오감을 깨워줬다.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안겨준 것이다. 3D 시대가 이제 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를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의 여건을 지녔다. 대중영화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하다. 그래서 개봉 초기부터 1,000만 관객 가능성이 엿보였다. 앞으로 한국영화는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서는 안 될 듯하다. '아바타'로 관객의 기대치가 확 바뀌었다. 영화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듯하다.

김난숙(영화사 진진 대표)

● "대중의 판타지 만족시킨 잘 만든 게임 같은 작품"

줄거리가 정말 잘 짜여져 있는 하나의 게임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화면이 특히나 좋았다. 영화라는 매체는 대중의 판타지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아바타'는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켰으니 당연히 1,000만 관객 돌파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관객들은 한국영화와 외화를 구별해서 보지 않는다. 어디서 만들어졌느냐와는 별개로 재미있으면 극장을 찾기 마련이다. 2D와 3D로 나뉜 상영 형태도 관객 동원에 영향을 줬다. 2D로 본 사람들이 자연스레 3D 관람을 하게 되면서 외화가 지닌 한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박무승(KM컬처 대표)

●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가 전세계적 흥행의 한 요인"

단순한 이야기에 볼거리를 가미해 관람의 재미를 달리했다. 따스하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도 세계적 흥행의 한 요인이다. 특히나 '아바타'는 국내 관객들의 영화 보는 수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관객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한국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최근 다운로드 등 새로운 창구가 등장하면서 극장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러나 '아바타'는 새로운 상영 방식인 3D로 극장의 존재 가치를 새삼 확인시켜 줬다. 철저히 재미를 따라 움직이는 관객들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영화다.

● 유정훈(쇼박스㈜미디어플렉스 대표)

"다른 극영화 만들지 않고 14년을 바친 감독 존경"

'아바타'의 흥행을 보며 관객들이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외화든 한국영화든 이제는 그 경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고 본다. 새롭고 완성도가 높으면 어떤 영화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 우리의 경쟁 상대는 확실히 할리우드다. 좀 더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작품을 우리도 만들어야 한다. 감독의 입장에선 '아바타' 한 편을 위해 다른 극영화를 만들지 않고 14년을 바친 제임스 카메론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정말 대단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제균(영화 감독ㆍJK필름 대표)

● "영화를 보는 연령층 넓힌 새로운 신세계를 연 작품"

새로운 신세계를 경험하게 한, 앞서가는 영화다. 영화를 보는 연령층을 넓혔다. 과거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보던 층이 달랐는데 그 구분을 '아바타'가 없앴다. 그래서 1,000만을 훌쩍 넘는 관객 동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바타'는 3D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지만 영화역사의 분기점을 이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에 있어서 큰 대세가 될 수 있지만 그게 영화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없다. 기존 영화가 지닌 예술적 기능까지도 담보해낼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은 확실하다.

이용관(중앙대 교수ㆍ부산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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