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면서 광우병 관련 보도 중에 주요 내용이 허위라고 밝혔지만, 1심 재판부는 모두 허위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언론의 보도자유를 함부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우너 소는 광우병 의심 소
검찰은 PD수첩이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의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다우너 소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동영상을 인용해 광우병 소인 것처럼 허위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는 모두 주저앉는 것 외에 다른 특이증상을 보이지 않은 점, 해당 동영상이 미국에서 상영된 후 제한적인 다우너 소 도축마저 전면적으로 금지된 점을 들어 검찰 주장을 배척했다.
또 1997년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를 취한 후 한번도 광우병 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미국은 도축 소의 0.1%만 검사를 하고 있고, 전수검사를 하는 일본과 3%만 검사하는 캐나다에서 미국과 동일한 사료 금지조치 이후에도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고 일축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 보도
검찰은 아레사 빈슨의 최종 사인은 인간 광우병(vCJD)이 아니었고, 보도 당시에도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이를 vCJD에 걸려 사망한 것처럼 보도한 것을 의도적 왜곡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체적 맥락상 아레사 빈슨이 vCJD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레사 빈슨의 유족들이 인터뷰에서 의사로부터 '광우병과 흡사한 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점, 이들이 제기한 소송의 소장에 'vCJD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고 적혀있는 점 등을 근거로, "최종 사인이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보도 내용을 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도적으로 번역을 왜곡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을 vCJD로 처리했다는 혐의도 검찰의 주요 증인인 번역자 정지민씨 진술의 신뢰성이 배척됨에 따라 의혹으로만 끝났다.
재판부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한 것처럼 주장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지고, 정씨가 번역했다는 테이프 1권을 살펴봐도 CJD나 vCJD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인 광우병 발병 위험성
한국인 중 94% 정도가 MM형 유전자를 보유했다는 것이 곧장 광우병 발병 확률 94%로 이어지지 않는데도, 이를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다소 과장돼 있기는 하나 유전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전체 취지로 볼 때 허위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현재까지 vCJD는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만 발병한 점 ▦연구 논문이나 농림수산부의 회의 자료에도 한국인은 광우병에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내용이 기재된 점을 들었다.
SRM 수입 위험 및 졸속 협상 비판
정부는 협상타결 내용에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의 경우 SRM(특정위험물질) 부위는 수입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제작진은 소의 뇌, 눈, 두개골, 척수, 척주 5가지가 수입된다는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SRM에 대한 절대적 분류 기준이 없고,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의 SRM 분류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이유로 허위사실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정부의 졸속 협상 사실도 지적했다.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사료금지조치와 사상 최대 미국 내 쇠고기 리콜사태, 잦은 SRM 규제 위반사례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서둘러 체결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vCJD 의심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고, 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관한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언론의 문제 제기 및 비판 행위는 보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고, 이 보도로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고 곧장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의 기소 자체를 꼬집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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