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우듯 애지중지 모은 창간호 잡지들인데 왜 서운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내 놔야죠."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박물관에서는 특별한 기증식이 열렸다. 수원예술단체총연합회 김훈동(66) 회장이 47년 동안 모았던 잡지 창간호 9,458점을 수원박물관에 기증한 것. 정치 사회 문학 스포츠ㆍ레저는 물론이고 농업, 피혁 등 전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각 분야 잡지들이 총망라 됐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書道報國(서도보국)> , <月刊 受驗界(월간 수험계)> 창간호에서 최근 발간된 <수원 예술>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서관 사서 직원이 시대ㆍ분야별로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만 무려 달포가 걸렸다. 수원> 月刊> 書道報國(서도보국)>
김 회장과 잡지와의 인연은 서울대 농대에 재학하던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미나에서 발표를 위해 <새 농민(1961년)> 이라는 잡지 창간호가 필요해 서울 남산 국립도서관까지 찾아갔다가 "누가 잡지를 도서관에 보관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김 회장은 '사료적 가치를 위해서라도 창간호 만큼은 누군가가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잡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새>
"그때만 해도 잡지는 노끈으로 묶어 폐품으로 팔던 시대라 도서관에서 잡지를 보관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국립박물관에서 나를 찾아오도록 만들겠다'는 젊은 시절의 '치기'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지요."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농협에 재직(1969~2000년) 하면서 각 지방을 돌며 잡지 창간호만 수집했다. 문제의 <새 농민> 창간호도 11년이 흐른 74년 강원 영월군의 한 마을 동사무소 서고에서 발견해 보관해 오고 있다. 새>
그는 잡지를 시대별로 살펴봐도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실제 44년 첫 발간된 <書道報國> 에는 "붓글씨를 잘 쓰면 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書道報國>
50년대에 들어오면서 <思想界(사상계)> 나 <白民(백민)> 같은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담은 잡지들이 등장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60년대에는 <벼 이삭> <월간 농업> 등 농업 관련 전문 잡지가, 70년대에는 <華虹文學(화홍문학)> <채송화(1973ㆍ수원여중 교지)> 등 문학 및 교지들이 주류를 이뤘다. 채송화(1973ㆍ수원여중> 華虹文學(화홍문학)> 월간> 벼> 白民(백민)> 思想界(사상계)>
이후 90년대부터 <낚시인> <월간 독서저널> <월간 국악> 등 레저ㆍ스포츠 관련 전문 잡지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김 회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건 대입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이라며 "40년대에 처음 <월간 수험계> 가 발간된 이후 <高等考試(고등고시ㆍ60년대)> 등 수험생 관련 잡지들은 끊임없이 발간됐다"고 말했다. 高等考試(고등고시ㆍ60년대)> 월간> 월간> 월간> 낚시인>
그는 쉽게 구한 잡지가 있는가 하면 <새 농민> 처럼 11년이나 걸린 것도 있다고 했다. 또 창간 후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잡지가 있는가 하면, 창간호가 곧 종간호가 된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새>
김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인 최남선의 <소년(1908년)> 이 발간된 지 올해로 103년째를 맞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 '한국 잡지 100년 사'를 주제로 한 기획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소년(1908년)>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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