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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수원예총회장 "잡지 창간호 찾으러 전국을 누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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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수원예총회장 "잡지 창간호 찾으러 전국을 누볐죠"

입력
2010.01.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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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듯 애지중지 모은 창간호 잡지들인데 왜 서운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내 놔야죠."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박물관에서는 특별한 기증식이 열렸다. 수원예술단체총연합회 김훈동(66) 회장이 47년 동안 모았던 잡지 창간호 9,458점을 수원박물관에 기증한 것. 정치 사회 문학 스포츠ㆍ레저는 물론이고 농업, 피혁 등 전문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각 분야 잡지들이 총망라 됐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書道報國(서도보국)> , <月刊 受驗界(월간 수험계)> 창간호에서 최근 발간된 <수원 예술>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서관 사서 직원이 시대ㆍ분야별로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만 무려 달포가 걸렸다.

김 회장과 잡지와의 인연은 서울대 농대에 재학하던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미나에서 발표를 위해 <새 농민(1961년)> 이라는 잡지 창간호가 필요해 서울 남산 국립도서관까지 찾아갔다가 "누가 잡지를 도서관에 보관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김 회장은 '사료적 가치를 위해서라도 창간호 만큼은 누군가가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잡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잡지는 노끈으로 묶어 폐품으로 팔던 시대라 도서관에서 잡지를 보관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국립박물관에서 나를 찾아오도록 만들겠다'는 젊은 시절의 '치기'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지요."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농협에 재직(1969~2000년) 하면서 각 지방을 돌며 잡지 창간호만 수집했다. 문제의 <새 농민> 창간호도 11년이 흐른 74년 강원 영월군의 한 마을 동사무소 서고에서 발견해 보관해 오고 있다.

그는 잡지를 시대별로 살펴봐도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실제 44년 첫 발간된 <書道報國> 에는 "붓글씨를 잘 쓰면 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50년대에 들어오면서 <思想界(사상계)> 나 <白民(백민)> 같은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담은 잡지들이 등장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60년대에는 <벼 이삭> <월간 농업> 등 농업 관련 전문 잡지가, 70년대에는 <華虹文學(화홍문학)> <채송화(1973ㆍ수원여중 교지)> 등 문학 및 교지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90년대부터 <낚시인> <월간 독서저널> <월간 국악> 등 레저ㆍ스포츠 관련 전문 잡지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김 회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건 대입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이라며 "40년대에 처음 <월간 수험계> 가 발간된 이후 <高等考試(고등고시ㆍ60년대)> 등 수험생 관련 잡지들은 끊임없이 발간됐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구한 잡지가 있는가 하면 <새 농민> 처럼 11년이나 걸린 것도 있다고 했다. 또 창간 후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잡지가 있는가 하면, 창간호가 곧 종간호가 된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인 최남선의 <소년(1908년)> 이 발간된 지 올해로 103년째를 맞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 '한국 잡지 100년 사'를 주제로 한 기획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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