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눈비가 흩날린 19일 매사추세츠주의 투표소들에는 1990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54%ㆍ대선 제외)을 증명해주듯, 새 상원의원을 뽑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매사추세츠는 38년 동안 한 번도 공화당에 상원의석을 허용하지 않은 민주당의 철옹성.
하지만 선거는 놀랍게도 스콧 브라운 공화당 후보(득표율 52%)의 승리(마사 코클리 민주당 후보와 5%포인트 차)로 끝났다. 우리로 치면 광주광역시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된 셈이다. 불과 14개월 전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 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26% 포인트나 더 지지했던 매사추세츠 유권자들이 냉담히 공화당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20일 자에서"늦잠을 자며 선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유권자들이 쏟아져 나와 브라운을 지지했다"며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오바마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기며 투표일만을 기다려 온 듯하다"고 보도했다.
AP 등 외신들은 불과 2주 전만 해도 민주당 후보의 낙승이 예견됐던 판세가 단시간 안에 뒤집힌 이유로 오바마 정부의 실정을 들었다. 대외적으론 노벨평화상 수상 등 그럴듯한 업적을 쌓았지만 국내에선 10%를 오르내리는 높은 실업률과 엄청난 재정적자 등을 해결하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에 전통적인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AP통신은 "고실업률, 금융산업 구제, 건강보험개혁을 둘러싼 지긋지긋한 정쟁 등에 유권자들이 불만을 터트렸다"고 보도했다. 텃밭을 맹신한 코클리 후보의 안일함도 민주당 패배의 원인으로 꼽혔다.
총 100석의 미 연방 상원의석 중 불과 한 석을 놓고 벌인 선거였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간단치 않다. 이 한 석이야말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가능케 하는 결정적인 도구여서 민주당의 건강보험개혁을 막으려는 공화당이 오매불망 원했던 바로 그 '41번째 의석'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건보개혁안은 물론 온실가스감축법안 등 민주당(59석, 친 민주당 무소속 2석 포함)이 추구하는 법안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오바마 개혁이 주춤거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1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공을 들인 건보개혁을 좌초시킬 수 있음은 물론, 11월 중간선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해 민주당의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AP는 "중간선거의 결과를 예측케하는 신호탄"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에게 어려운 결정을 요하는 일 거리를 남겼다"고 각각 분석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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