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童顔) 열풍에 힘입어 개원 성형외과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양악수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한 TV 시사 프로그램이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잘못해 턱 비대칭, 치아 부정교합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고발했기 때문이다.
양악수술은 위아래 두 턱(양악)을 교정하는 수술이다. 짧은 시간에 얼굴을 갸름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2,000만원이 넘게 드는 수술 비용에도 불구하고 많이 사람들이 앞다투어 수술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동안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용이냐 기능이냐?
양악수술은 위아래 턱의 위치를 이동하는 수술이다.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턱뼈를 제 위치로 옮겨주는 것이다. 김종완 분당서울대병원 치과교정과 교수는 "원래 양악수술은 주걱턱, 무턱, 안면비대칭, 긴 얼굴 등 골격 부조화가 심해 치아 교정이 어려울 때 주로 했는데 요즘은 딱히 골격에 이상이 없어도 얼굴을 갸름하게 하거나 돌출 입을 단시간 내에 개선하려고 시행한다"고 말했다. 뼈를 깎거나 자르지 않고 위치를 옮겨 전체적으로 얼굴을 가름하고 균형 있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양악수술은 과거에 성형외과에서 많이 시행하던 '뼈를 깎는' 안면윤곽수술과는 다르다. 안면윤곽술은 얼굴 구조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광대뼈나 사각턱을 잘라내 미용에 더 중점을 둔 수술이다. 반면에 양악수술은 위 아래 턱을 옮겨 새로운 자리에 고정하는 수술이어서 얼굴 구조가 크게 달라질 뿐만 아니라 치아와 턱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양악수술을 받으려면 우선 X선 검사와 치아 모형을 분석하는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우선 편안한 자세에서 입술에 힘을 빼고 여러 각도에서 얼굴 사진을 찍는다. 그런 다음 이를 활용해 치아 배열과 구강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얼굴 뼈를 어떻게 옮길지 결정하게 된다.
회복기간에도 차이가 있다. 양악수술은 수술 후에 4~5일 이상 입원해 관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 이후 3~4주간 턱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 턱 위치와 함께 치아 위치까지 달라지므로 수술 전과 후에 치아도 교정해야 한다.
치과로 갈까, 성형외과로 갈까?
양악수술은 원래 턱뼈 위치와 길이, 방향 등을 모두 정확히 맞춰 기능성과 미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 목적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미진하면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하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양악수술을 받으려면 치과로 가야 할지, 성형외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될 법하다.
치과 측에서는 "양악수술이 미용 성형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원래 턱교정수술을 하는 치과(구강악안면외과)가 아닌 비전공 영역에서 양악수술이 늘고 있다"며 "미용 성형 일환으로 양악수술을 받은 환자 중 일부가 수술 후 턱 기능 문제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성형외과 측에서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미용을 위해 양악수술을 시행하는 만큼, 턱뼈와 근육 움직임, 미용효과 등에 민감한 성형외과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상훈(전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아이디병원 원장은 "최근 양악수술이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고 앞으로도 수요는 더 늘어 미용 목적 성형으로 변할 것"이라며 "환자 편의성과 효과성 등을 모두 만족시키고, 진료와 수술의 질을 향상하려면 성형외과, 구강외과, 교정과의 협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강악안면외과의 경우 치아와 턱의 관계를 기능적으로 개선하는 장점이 있고, 성형외과의 경우 미관상 개선 효과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턱뼈와 근육의 움직임과 미용 효과를 높이는 성형외과와 치아와 턱뼈의 조화를 맞추는 구강악안면외과와 교정과 전문의 협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아교정이 먼저냐, 수술이 먼저냐?
양악수술은 턱 위치를 옮기는 수술이므로 치아교정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골격만 개선한다고 치아 교합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을 위한, 혹은 수술로 인한 교정은 일반 교정과 엄연히 달라 수술 전에 치아교정을 할지, 수술하지 않고 교정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1~2년 정도 교정한 뒤 수술하는 '선(先)교정' 방법이 주로 쓰였지만, 최근 미용 목적 환자가 늘면서 먼저 수술을 하고 나중에 치아교정하는 '선(先)수술' 방법이 더 많이 쓰인다.
주보훈(전 삼성서울병원 교정과 교수) 스타28치과 대표원장은 하지만 "단시간 내에 심미적인 개선만을 하려고 무조건 선수술을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원장은 "치아 배열 상태에 따라 선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고, 최근 안전을 위해 최소한 교정한 뒤 수술하는 '개량 선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양악수술은 수술 시기도 아주 중요求? 얼굴뼈, 특히 턱뼈는 늦게까지 자라므로 자칫 이른 성형을 하면 턱뼈가 다시 자라 재수술을 해야 할 있으므로 반드시 골격성장이 끝난 뒤 시행해야 한다. 위턱은 10세 이전에 성장이 끝나고, 아래턱 성장은 보통 남자는 17~18세, 여자는 14~16세까지 성장한다. 이 시기에 어느 정도 성장이 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수술 전에 반드시 성장검사를 받아 성장이 끝났는지 확인해야 한다.
양악수술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미용보다'턱 관절 장애'와 '교합'이다. 주걱턱과 무턱은 턱 관절 장애를 동반할 확률이 40~60%에 달한다. 턱 모양이 비정상적이다 보니 씹고 말할 때마다 무리가 가거나, 턱의 성장에 문제가 생겨 턱 관절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턱 관절 장애가 턱 교정 수술 후 나타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전 턱 관절 장애 검진은 필수다. 턱 관절 장애가 심각한 경우에는 먼저 턱 관절장애를 치료한 후 수술해야 한다. 따라서 턱 관절 장애를 동반한 양악수술은 구강외과 전문의의 진단과 판단 아래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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