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법-검 갈등도 새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용훈 대법원장, 김준규 검찰총장까지 나서면서 사태는 수습보다는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습이다. 정치권, 시민단체까지 가세한 법-검 갈등은 사회 전체의 이념논쟁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여론부담 등의 이유로 양측 갈등이 곧 소강국면에 접어들 거라는 예상도 있다.
판결 직후 검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총장은 대검 간부회의까지 소집한 뒤, 나라를 뒤흔든 이 사건을 무죄로 본 사법부 판단에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전체적으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지난 서울고법 민사공판에서 정정보도 판결이 난 허위사실 등은 일부 인정될 줄 알았다"며 "같은 사실을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을 하는 법원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법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날 이용훈 대법원장은 출근하면서 법-검 갈등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에서 대법원장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불쾌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들은 전날 대법원장이 법조계 수장들과 비공개로 만나 최근 물의에 사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은 그런 얘기 자체를 하신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사법부에 대한 악의적 비난에 심려가 크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대로라면 법-검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정점을 향해 치달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양측이 상대를 압박하는 공개 반발을 계속하기 힘들 거라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검찰로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등에 이어 PD수첩까지 논란이 많았던 주요 사건들에서 모두 패소하면서, 정치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과 보수진영의 지적대로 판결내용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처럼 줄줄이 무죄가 나온 것은 공소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날 판결을 내린 문성관 판사는 보수진영이 '편향적 판결'의 진원지로 지목해온 우리법연구회 소속도 아니고 진보적이라 평가 받는 판사도 아니다. 참여연대는 이날 검찰총장과 전국 검사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미네르바 사건이나 정연주 사장 사건 등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검찰이 법원 비난에 열을 올리지 않고 차분히 반성했다면 이런 수모를 반복해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낸 김갑배 변호사는 "검찰이나 일부 언론은 편향적 판결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수사 자체가 정치적 성격이 있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판결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 외부로 불만을 표출할 것이 아니라 법리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를 설득하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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