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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투자이야기] 투자, 패자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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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투자이야기] 투자, 패자의 게임

입력
2010.01.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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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는 패자의 게임(Loser's Game)이다."

1975년 찰스 엘리스가 역설한 이 개념은 많은 투자 전문가들에게 신선하면서도 도전적인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필자 역시 아직까지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엘리스는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는 양상에 따라 '승자의 게임(Winner's Game)'과 '패자의 게임'으로 구분했다. 즉 공격하는 사람이 성공해 상대방이 패자가 되는 것을 '승자의 게임', 공격하는 자가 공격에 실패해 반대편이 승자가 되는 경우를 '패자의 게임'이라 했다.

테니스 경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프로 테니스 선수들은 처음부터 정확하고 힘차게 공을 쳐 넘기거나, 오랫동안 공을 주고 받다가 마지막에 강하게 때려 넣어 상대 선수가 공을 받아 넘기기 못하게 하든지, 아니면 실수를 유도해 점수를 내는 경우가 많다. 프로들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승자의 게임'이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합은 완전히 다르다. 멋진 랠리는 드물고, 평범한 공을 받아 치면서 네트에 맞거나 선 밖으로 나간다든지 두 번 연속 서브에 실패해 점수를 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수를 적게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인 만큼, 전형적인 '패자의 게임'인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는 '실수가 적은 편'에 돌아간다. 주식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신기하게도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에서 여러 번의 작은 성공을 경험한 후 한 번의 실패가 너무 커서 전체 성과를 실패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엘리스의 '패자의 게임'은 투자자들에게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수익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위험성을 깊이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의 실수는 여기서 발생하게 된다. 자산운용사와 같은 전문 투자기관은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펀드매니저는 그 테두리 안에서 투자해야 하므로, 개인투자자보다 자유롭게 투자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가 개인 투자자보다 나은 성과를 올리는 이유는 개인과 달리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경제학자들이 투자자의 실수에 대해 깊이 고려하지 않았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투자자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데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행동 경제학'은 이런 부분에 체계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이다.

이진수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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