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은 1468년 조선 7대 임금인 세조 능의 부속림으로 지정된 지 5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자연림 상태가 잘 보존돼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도 바라보고 있는 국내 최고의 천연 생태계다.
KBS1 TV '환경스페셜'은 광릉숲에 살고 있는 새와 곤충들의 모습을 1년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생생한 생태를 전하는 '광릉숲 500년 비밀의 기억'을 20일 밤 10시 방송한다.
전나무 숲은 활기차다. 딱따구리들이 분주하게 집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딱따구리가 구멍을 뚫기 위해 부리로 나무를 두드리는 속도는 무려 시속 20km. 보름 동안 정성스레 집을 짓고, 새끼를 돌보던 딱따구리 부부는 어느덧 새끼에게 홀로서기를 가르친다.
암컷은 시나브로 먹이 주는 횟수를 줄이더니 이제 집 밖에 먹이를 두고 새끼의 날갯짓을 유도한다. 망설이던 새끼가 서툴게 파닥대자 어미는 비로소 새끼에게 양식을 베푼다.
죽어가는 나무는 산 생명들의 잔칫상이다. 참나무의 상처 부위에서 흘러나오는 고영양의 수액을 차지하기 위해 장수말벌과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그리고 나비까지 달려든다. 무서운 장수말벌을 피해 조금씩 수액을 맛보는 나비, 정면 대결을 택한 사슴벌레, 밤을 노리는 장수풍뎅이 등 영양식을 차지하려는 곤충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릉숲의 곤충들마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장수하늘소는 커다란 유충을 안전하게 기르기 위해 수령 100년 이상, 지름 40cm 이상인 서어나무에 알을 낳는다.
하지만 오래된 숲이 사라지면서 장수하늘소가 살 곳은 거의 사라졌다. 또 도시화의 산물인 위락시설들의 현란한 조명은 도시의 야행성 곤충들을 떼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때문에 천연기념물 보호지역만이라도 불필요한 조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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