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어선이 무너졌다. 최초 발생 지점에서 10㎞가까이 떨어진 곳에서 구제역이 발병함에 따라, 이젠 구제역이 본격적인 확산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9일 "어제(18일) 의심신고가 들어온 경기 연천군 청산면 Y씨가 운영하는 농장의 한우 10마리 중 4마리에서 구제역 양성반응이 나타났다"며 "반경 500m내 농장 70여두의 가축에 대해 살처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연천 농장은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농장과는 9.3㎞ 떨어져 '경계지역(10㎞)'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산 속에 위치해 사실상 '경계지역'방역선 밖으로 간주되어 왔다. 결국 위험지역(3㎞이내)-경계지역(10㎞이내)-관리지역(20㎞이내)으로 되어 있는 3단계의 구제역 저지선 중 두 번째 방어선이 뚫린 셈이다.
전국으로 확산하나
문제는 안전하다고 판단됐던 곳에서 구제역이 터졌다는 점. 실제로 이번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온 연천 농장은 지금까지 구제역이 발병한 농장들과는 ▦수의사접촉 ▦가축반출 같은 역학적 관련성이 전혀 없는 곳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형적으로 안전하고 다른 구제역 발생 농장과 역학적으로 연관되지 않아 안전하다고 봤는데 뜻밖에 구제역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는 전파 경로가 방역 당국의 관리 체계를 벗어났다는 의미로, 전국적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날 충남 서산에선 안구염과 침흘림 증상 등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젖소 신고가 들어와 방역당국이 즉각 출동, 이동제한과 소독 등 방역조치를 실시했다. 서산 농장의 구제역 여부는 20일 확정된다.
구제역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연천 농장의 농장주가 전곡 시내에서 사료대리점을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 됐다"며 "대리점에서 사료를 받아간 농장에 대해서도 이동통제를 내렸다"고 말했다. 당장 연천 지역에서 추가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넓어지는 방역 면적, 신고도 증가
이제 구제역 방역 활동의 범위 확대는 불가피하게 됐다. 농식품부는 "연천 농장을 중심으로 위험지역과 경계지역을 재설정해 방역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한된 인원으로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방역대상 면적의 증가는 곧 또 다른 구멍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심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7일 최초 발생 이후 18일까지 7건이던(확진 5건) 신고는 19일 하루에만 2건이 접수되는 등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시기 끄트머리에 날씨까지 따듯해졌다"며 "앞으로 의심 신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2년 당시에도 구제역 최초 확인 10여일 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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