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골잡이'는 한국 축구팬들의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다. 한국 축구는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부 팬들은 아직도 '차범근, 이회택 만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며 축구 국가대표팀을 질책한다.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 탓이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도전하는 '허정무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팀은 18일 밤(한국시간) 핀란드를 2-0으로 꺾고 새해 첫 A매치 승전보를 띄웠지만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는 여전히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해 9월 호주와의 친선경기(3-1)에서 박주영(AS 모나코)이 선제골을 터트린 이후 5경기 연속 공격수들이 개점휴업 상태다.
'간판 골잡이'없이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이 불가능할까. 세계 축구의 흐름과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골잡이 부재' 문제를 조명해본다.
골만 넣는 선수보다는 골도 넣는 선수가 필요하다
고전적인 의미의 '골잡이'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 국제 축구의 흐름이다.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벌이고 득점 기회를 노리는 공격수보다는 최전방과 미드필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는 선수가 각광받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최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전통적인 '골잡이'보다는 '만능 선수'에 가까운 이들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공격수들의 형태에 대한 구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타깃맨'으로 분류할 수 있는 좋은 선수는 국제적으로도 많지 않다. 전형적인 골잡이보다는 팀 전술에 따라 다양한 임무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대세다. 대표팀의 공격라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골만 넣을 수 있는 선수'보다 '골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박성화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박 전 감독은 "대형 스트라이커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경기 상황에 따른 공격 옵션으로서의 필요성은 있지만 고전적인 의미의 골잡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격수에 맞는 전술보다 전술에 맞는 공격수가 필요
'허정무호' 취임 후 다양한 '타깃맨'들이 시험 무대에 섰다. 그러나 이들은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다. 이동국(전북)은 허 감독의 '타깃맨' 테스트의 마지막 대상인 듯하다. 이동국은 핀란드전에서 비록 골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이동국도 '타깃맨'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한 위원은 "이동국은 박주영, 이근호와 다른 스타일이지만 타깃맨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거리 슈팅과 넓은 활동 폭이 장점인 이동국이 문전 몸싸움과 공간 확보를 주 임무로 하는 타깃맨으로 좋은 활약을 보일지 의문"이라며 "허 감독의 타깃맨 실험은 선발 요원보다는 '조커'를 선발하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타깃맨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05년 네덜란드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 감독은 "대표팀에서 대형 스트라이커가 선발로 출전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미드필드 플레이 등 전체적인 전술 틀에서 공격수를 택해야 한다. 공격수가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이 답답한 부분은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팀 전체의 공격력"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과 박 감독은 '허정무호'의 골잡이 부재 고민을 해결해줄 이로 박주영을 지목했다. 중앙과 측면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재능에 더해 유럽 진출 이후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정무호'가 남아공행을 결정지은 후 골 맛을 본 공격수는 박주영 뿐이다. 그러나 박주영은 지난해 10월 세네갈전(2-0) 이후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허정무호의 킬러'들은 골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박주영이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3월 코트디부아르전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정민 기자
■ 공격수들의 세가지 패턴
공격수들의 유형도 다양하다. 그라운드 내에서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달리 불리는 공격수들의 유형을 박문성 SBS 해설위원의 도움말을 통해 살펴본다.
●타깃맨=힘과 높이를 앞세워 뛰어난 위치선정 등으로 공중 볼을 따내 골 문 앞에서 직접 슈팅 또는 동료에게 떨어뜨려 줘 득점 찬스를 만들어 준다. 그리스의 카리스테아스(레버쿠젠)가 대표적이다.
●섀도우 스트라이커=저격형 공격수로도 불리는데, 타깃맨 밑에 쳐져 최전방 공격수에게 볼을 배급하거나 중거리 또는 직접 돌파에 이은 2대1 패스로 수비 뒷공간을 노린다. 박주영(AS모나코),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윙 포워드(날개 공격수)=빠른 주력으로 역습을 주도한다.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등 기존 역할에서 한 단계 진화해 중앙을 파고들며 찬스를 노린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등이 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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