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친일재산이 국가에 귀속될 위기에 처하자 다른 사람과 짜고 이를 팔아 치운 친일파 후손의 '못된 행각'이 항소심에서 들통났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 심상철)는 친일파 송병준의 후손에게서 강원 철원군 일대 2,871㎡(약 868평)의 토지를 산 A씨가 "친일재산인 줄 모르고 산 만큼 귀속 결정은 부당하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송병준은 고종의 강제퇴위 및 을사조약 체결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이토 히로부미의 추천으로 농상공부대신을 역임했고, 백작 작위까지 받은 대표적 친일인사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국가귀속특별법 시행(2005년 12월 29일)에 앞서 토지 매매 계약을 맺은 송병준의 후손은 시행 당일 부랴부랴 잔금을 받고서 부동산중개업자인 A씨 남편에게 해당 토지를 1억9,000만원에 넘겼다.
다음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끝내 버렸다. 외관상 A씨 측은 친일재산인 줄 모르고 토지를 산 '제3자'가 됐다. 1심도 이 점을 근거로 "제3자가 친일재산인 줄 모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산 것"이라고 판단, 귀속 결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급히 이뤄진 매매를 수상하게 여긴 항소심은 이들이 서로 짜고 토지를 매매한 사실을 밝혀냈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는 공유물이었음에도 계약 당시 후손 한 사람 외에 다른 공유자의 위임장이 없었고 주소ㆍ서명 날인도 부정확해 흠결이 있는데도 부동산중개소를 하는 A씨의 남편은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로 볼 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간에 쫓겨 서둘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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