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추모(48ㆍ서울 광진구)씨는 지난해 여름 가족 휴가를 지리산 봉사체험으로 대신한 생각만하면 지금도 뿌듯하다.
고교생인 아들에게 농촌의 참모습과 봉사 후 흘리는 땀방울의 값진 경험을 안겨 줬기 때문이다. 추씨는 당시 서울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지리산으로 떠나는 일행을 소개받아 남편, 아들과 함께 전북 남원의 지리산 둘레길 인근마을에서 3박4일을 보냈다.
자원봉사 원정대에는 가족팀, 대학생반, 모자(母子)반, 부자(父子)반 등 다양했다. 참가자 50여명 중 여자들은 마을회관에서, 남자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잠자리를 해결했다.
추씨 가족은 농수로 청소, 젖은 모래 퍼내기, 인삼밭 김매기, 고추따기 등 고된 일을 도맡았고, 다른 일행들도 할머니들 염색 및 마사지봉사, 영정사진 찍어주기, 마을 벽화 그려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골마을을 훈훈하게 누볐다.
추씨는 "서울 올라오는 날 마을 이장님과 어르신들 20명이 눈물을 흘릴 땐 모두가 울음바다가 됐다"며 "아이들이 학원에 몇 일 빠지더라도 봉사활동의 교육 효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올해는 오지나 섬마을로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원봉사를 소외계층에 대한 시혜 정도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자원봉사는 신나고 재미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정서를 함양하고 대학진학에도 도움이 되는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봉사활동 경험이 없는 시민들은 하고 싶어서 방법을 몰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 자원봉사센터(02-776-8473)나 국번 없이 1365를 통해 시내 자치구 자원봉사센터에 연락하면 된다.
직장인에겐 주말이나 휴가를 의미 있게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청소년들에겐 봉사활동에 비중을 두는 대학교 입시에 도움이 된다.
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봉사활동이 중ㆍ고생의 의무사항이었지만 요즘엔 학교별 자율로 바뀌었다"며 "수년 전부터 봉사활동 실적을 중요시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자원봉사 참여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 볼런티어액션데이'를 시행한다. 뉴욕의 '케어즈데이'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시민 누구나 1년에 한번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월 주제를 정해 봉사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행사다.
5월부터 플랜이 진행되는데 농촌봉사활동, 지리산길 트레킹 봉사 투어, 한강에 친환경 미생물로 만든 흙공 던지기 등의 다양한 체험행사를 마련 중이다.
각 자치구에서도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마련했다. 중구는 저소득가정 아동, 청소년을 위해 대학생과 성인봉사자를 지원받아 1대1 멘토링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노원구는 외국어 및 예ㆍ체능에 재능이 있는 청소년을 멘토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아동들에게 '청소년 끼살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성동구는 한양대 교수들이 저소득층 영재 아동을 상대로 특별 교실을 운영한다.
금천구는 녹색 성장을 위해 생활 속 자연보호 활동을 하는 'Start Green' 행사를 연중 실시한다. 은평구는 청소년들로 구성된 '불광천 환경지킴이' 활동을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한다.
송파구는 중ㆍ고생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모니터링 봉사단'을 운영하고, 성북구는 청소년이 지역 문화재를 청소하며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문화재 해설 및 청소년 자원봉사 교육'을 실시 중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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