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조끼 등으로 무장한 탈레반 자살폭탄 테러범 20명이 1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잠입해 대통령궁과 정부건물 등에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켰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새 내각이 두번이나 의회로부터 퇴짜를 맞아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테러까지 겹쳐 아프간 정치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공격이 시작될 당시 카르자이 대통령은 신임 장관 임명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AP통신은 이날 첫 폭발음이 오전 10시 전에 들렸으며, 이어 대통령궁과 중앙은행을 비롯해 외국 주요인사들이 머무르는 세레나 호텔 부근에서 폭발과 총격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카불 시내 쇼핑센터 주변에선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테러범들은 카불 시내 쇼핑몰과 은행 등을 장악한 채 정부군과 대치했고 보안군 200여명이 진압에 나서 시내 곳곳에서 테러범들과 격렬한 총격전을 벌였다.
아프간 보건부에 따르면 카불 그랜드 아프간 쇼핑센터 앞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로 시민과 경찰 등 5명이 사망했고, 40명이 부상했다. 한편 탈레반 측은 이번 테러로 31명 이상의 정부관리를 살해했다고 밝혀 사망자 수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카불 도심은 테러로 한때 기능이 마비됐는데, 카르자이 대통령은 "3시간 만에 카불의 치안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울라 무자히드는 이날 AP통신에 "대통령궁과 재무부, 법무부, 중앙은행 등이 목표"라며, "20명의 자살테러 요원이 카불로 들어 갔다"고 밝혔다. 아프간 국방부는 자살폭탄 테러범 2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다른 2명이 사살됐다고 밝혔지만, 남은 테러범들로 인한 2차테러가 우려된다.
보안군 관리 아미르 모하마드는 로이터 통신에 "쇼핑센터와 은행 등에 최소 10명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침투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리는 무장 괴한들이 30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해 2월 26명이 사망한 법무부, 교육부 등 정부 청사 동시다발 테러 이후 최대 규모다.
혹한기가 끝나는 3월까지는 탈레반과 연합군간 교전이 급격히 줄고 전사자도 거의 나오지 않는 것에 비해 올 겨울 들어서는 탈레반의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필사적인 탈레반의 '동계 테러'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의 대규모 병력 증파와 28일 런던에서 열릴 서방의 아프간 대책회의를 앞둔 공세로 보인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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