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올림픽, 아시안게임 등)는 메달 획득이 지상과제다. 하지만 프로에는 성적은 물론 경기력으로 관중을 즐겁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멋진 기량으로 흥미로운 경기를 펼쳐야 한다.
수많은 프로경기 중에서도 농구는 빠르면서도 순발력이 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다. 농구가 농구 본연의 재미를 선사하려면 속공을 중심으로 한 많은 득점이 나와야 한다. 최소한 85점은 넘어가야 관중석에 앉은 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수 있다.
올시즌 프로농구 코트에서 연일 최소득점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한 팀 최소득점, 한 쿼터 최소득점, 전ㆍ후반 최소득점 등 불명예 기록들이 전부 경신되고 있다. 득점 1위 KCC가 83점대, 최하위 KT&G가 고작 74점대를 기록, 프로농구 원년에 90점대가 넘던 기록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다.
특히 올시즌 들어 갑작스럽게 저하된 득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빠듯한 리그 일정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필자는 이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 동안 외국인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한 국내선수들의 나태한 정신 자세를 지적하고 싶다. 지난 시즌까지 각 팀은 2명의 외국인선수를 기용했다. 한 경기에 20점 이상 올리는 외국인선수가 허다했다. 국내선수는 상대 수비가 외국인선수에 몰릴 때 생기는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손쉬운 패턴에 길들여졌다. 가드들은 외국인선수가 스크린을 걸어줘야 돌파를 하고, 포워드는 외국인선수가 만들어 준 오픈 찬스에서 슛을 성공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외국인선수 출전한도가 1명으로 줄고, 20점 이상을 넣어주는 득점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문태영이 평균 21점 안팎으로 득점 전체순위 1위다. 외국인선수가 빠진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참패를 당하는 원인도 마찬가지다. 국내선수들로선 개인 기량을 발전시키는 것만이 살 길이다. 1대1 능력을 키워서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언제까지 조직력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 수준급 개인 기량 없이 관중의 흥미까지 충족시키기는 버거운 게 현실이다. 눈앞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숲을 보는 시각으로 개인 기량 향상에 집중해야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다.
최인선(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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