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우려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법원이 용산참사 수사기록의 열람ㆍ등사를 허용하고, 민노당 강기갑 의원의 '국회 폭력'에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격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고 재판부 기피신청을 낸 것을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위법을 저질렀다"거나"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등의 거친 언사로 전면 공세의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분명 도를 넘은 것이다.
더욱이 일부 언론이 두 사건 재판부의 이념적 성향과 재판 전력, 정치권 인사와의 친분관계까지 들먹이며 이념 논란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시도는 아주 부적절하고 위험하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걸핏하면 이념 대립으로 치환함으로써 건강한 사고와 토론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을 생각하면 한층 무책임하다. 이런 분위기에 정치권도 가세해 지난 정권의 '편향 인사'를 지적하며 사법부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모두가 법관과 사법부의 독립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처사이다.
검찰과 법원의 법 해석 이견에 따른 논란은 사법절차를 통해 결론을 내면 된다. 수사기록 열람ㆍ복사 결정에 이의가 있다면, 이미 검찰이 취한대로 즉시항고 절차를 따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강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면 상급심의 판단을 차례로 구하는 것이 정해진 순리다. 수사기록 공개 문제만 해도 검찰은 형사소송법의 특정조항을 들어 위법이라고 주장하지만, 헌법재판소 판례나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면 법원 결정도 충분히 논리를 갖췄다. 법리를 다툴 사안일 뿐, 정치ㆍ사회적 공방으로 확대할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새삼 일깨우자면, 사법부는 모든 법적 다툼에서 최종 구속력을 갖는 판결과 결정으로 국법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법관의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에 제약을 받았던 불행한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검찰과 언론, 정치권은 모두 이성과 양식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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