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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일본은 없다' 항소심,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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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일본은 없다' 항소심, 그 후

입력
2010.01.1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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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자신의 책 <일본은 없다> 에 대해 표절 의혹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대표 등 5명을 상대로 '명예 훼손이니 각자 1억원씩 손해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또 졌다. 2007년 1심에서 패소한 뒤 판결에 불복해서 낸 항소를 13일 서울고등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 13부(부장판사 여상훈)의 판결문 요지는 이렇다.

"원고가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씨의 취재 내용 등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할 직접적인 자료는 없다. 하지만, (표절을 당했다는 유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관련자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유씨의 자료 중 잘못된 내용이 이 책에 그대로 인용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일본에서 유씨와 친하게 지내던 중 유씨가 일본에 관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에게 전해들은 취재 내용, 소재 및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이를 인용하여 <일본은 없다> 의 일부를 작성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일본은 없다> 는 1993년 11월 말 출간 이후 12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전 의원은 KBS 일본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와서 낸 이 책으로 유명해져 정계에 입문했다. 1심 소송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그는 정치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고 했다. 이 사건은 노무현 좌파 정권과 좌파 언론의 '전여옥 죽이기'라고 주장했고, 1심에서 패소하자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도 항소심에서 또 졌다.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전 의원의 소송 대리인은 즉각 성명을 발표, 재판부가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부당한 판결을 했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씨가 사용한 '표절'이라는 용어는 저작권법 상의 저작물 내지 지적재산권의 침해로 인정될 수 있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라는 판결문 구절을 들어, 이번 판결은 표절 의혹을 인정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일은 법률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상식적인 판단을 해보겠다. 남이 책으로 내려고 준비한 자료와 아이디어를 허락 없이 가져다 쓴 것은, 출판물을 베낀 게 아니니 저작권 위반이 아닐지 몰라도 결코 떳떳한 일은 아니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많은 이들이 그에게 정계 은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전여옥 의원을 지지하는모임'(전지모)은 "누구든 표절 운운하면 고소 고발하겠다, 사생 결단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지모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더 커질 것 같다. 피고들이 5년간 소송에 시달리며 많은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었다며 이제부터 방어가 아닌 반격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유씨는 전 의원이 미안하다는 사과는커녕 거짓말과 협박으로 일관했다며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예고했다.

전 의원은 1심 소송을 제기할 때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선량한 사람이 가만 있으면 사회가 나쁜 길로 들어선다"는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하며 유씨의 '거짓말'과 싸우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는 이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진 뒤 그는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소송 대리인이 낸 성명으로 족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평소 거침없던 그의 언변은 어디로 갔을까.

오미환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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