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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쌀한 사랑이야기 '500일의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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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쌀한 사랑이야기 '500일의 썸머'

입력
2010.01.1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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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를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긴다. 여자도 싫은 눈치는 아니다. 여자는 머뭇거리던 남자에게 문득 다가가 키스를 나누고 몸을 나눈다. 당연하게도 남자는 연인과 결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데, 여자는 “누군가의 애인이 되는 건 별로”라며 달아난다.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더 많은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해피 엔딩으로 끝 맺을 수 있을까.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로 비춰질 ‘500일의 썸머’는 사실 쌉싸름한 영화다. 연달아 들이키던 사랑이라는 포도주의 달디 단 맛보다 깨진 사랑의 진하디 진한 숙취를 전하려 한다. 그럼에도 미치도록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도록 만드는 영화다. 우정이 아닌, 묘한 감정의 교감을 몇 년 동안이나 나누면서도 굳이 ‘친구 사이’라고 선을 긋는 여자들 때문에 속 좀 끓였을 남자들이라면 특히나 공감 백배다.

영화는 카피라이터 톰(조셉 고든 레빗)과 그의 동료 썸머(주이 데샤넬)의 뜨겁고 차가웠던 500일을 전한다. 심장이 터질 듯한 사랑의 시작과 전개를 둘은 함께 한다. 그리고 둘 사이의 감정이 절정으로 향해갈 쯤 썸머는 ‘친구’라며 돌아선다. 그저 톰이 썸머에게 치근덕거리던 남자에게 주먹 한 방을 날리고 몇 대 얻어맞은 게 표면적인 이유. 썸머는 애인이라는 수식으로 다가오는 톰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결국 톰은 500일의 200일 가량 사랑이 남긴 쓴맛을 다시며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몸부림친다.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울림이 큰 영화다. 잠자리만으로도 ‘상황은 종료됐다’고 섣부른 예단을 내리는 남자들의 우둔함, 미래를 확정 짓고 싶어하지 않는 여자의 현실 감각은 바로 우리들 이야기다.

서로를 알면서 서로를 모르는, 남녀의 영원한 간격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연출력이 눈에 띈다. 특히나 톰이 뜨거운 사랑의 ‘여름’을 보내고 성숙을 의미하는 ‘가을’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첫 눈에 반한 남녀를 맺어주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듯한 흔하디 흔한 로맨티 코미디와 결이 너무도 다른 영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온 마크 웹 감독의 데뷔작이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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