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국가적 현안의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건설적 토론은커녕 치졸한 감정 싸움, 천박한 말다툼으로 흐르는 모습이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이런 우려를 키우는 것은 정치권의 경박한 언사다. 당장 정운찬 총리의 발언부터 논란을 불렀다.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적됐듯,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 모른다"고 말한 것이나 이른바 '원안 사수대'를 싸잡아 '사수꾼'이라고 비하한 것은 도를 지나쳤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의욕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학자 출신 총리로서 입에 담기에는 거칠고 성급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어떠한 설득 노력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앞서 '쪽박'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주호영 특임장관과 함께 조급한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를 비난하는 야당의 언사 또한 상식 이하다. 어제 민주당 논평은 '국민 위압, 국론 분열의 사기행각'운운하며 정 총리를 '정치 사기꾼'으로 규정했다. 그저 욕설일 뿐인 이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어떻게 합리적 논쟁을 하고 국민의 객관적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것인가.
가시 돋친 말이라도 얼마든지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고사(故事) 논쟁'이 그 예다. 정 대표가 '미생지신(尾生之信)'의 고사를 들어 은근한 비난을 흘린 데 대해 박 전 대표는 "미생은 죽어서도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손가락질 받으며 괴로움 속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실성을 결여한 융통성 없는 자세, 현실 상황을 이유로 약속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를 서로 비난하는 내용이다. 정치적 파장이야 만만찮지만 속된 말로 감정을 퍼붓지 않은 것만으로도 후속 논쟁의 여지가 남았다.
1차 관문인 여당 내 이견 조정조차 순조롭지 못해 세종시 문제의 최종 타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언행이 흐트러질수록 해결은 늦어지고 의견 차이는 커진다. 정치권 모두의 점잖고 신중한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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