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만의 정당' 구조 바꾸려면 공천과정 국민 목소리 반영해야
현대 정치에서 정당은 국민과 정부의 중개자이다. 정당이 바로 서야 국회 등을 통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국정에 올곧게 반영된다. 그럼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987년 민주화 이후 20여년 사이에 정당 시스템은 개혁이란 이름 하에 꾸준히 리모델링이 이뤄졌다. 그 결과 '3김시대'의 폐해로 지적됐던 총재의 제왕적 권한, 계파정치와 지역주의 정당 구도는 많이 누그러졌다. 그 중에서도 2002년 여야가 일반국민이 참여해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한 것은 정당의 풍토와 관행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많은 국민은 정당을 자신들의 정치 의사를 대변해주는 통로라기보다는 정권획득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만의' 정치결사체로 보고 있다. 심지어 여야 정당을 생산적 정치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학자들은 먼저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을 비롯한 일부 중앙 정치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독점적 정당체제를 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한국 정당이 미국식의 원내정당 모델과 유럽식의 대중정당 모델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우리는 다수의 진성당원이 중심이 된 유럽식 모델보다는 지구당 기능 약화 및 국민경선제 추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식 모델에 더 가깝다.
어느 모델을 지향하든 지금처럼 일반 당원, 대의원, 일반 시민들의 뜻이 별로 반영되지 않는 정당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로는 정치 발전이 이뤄지기 어렵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지금 정당은 선거를 위한 기구 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시민사회에 뿌리 내리는 풀뿌리 정당이 되지 않으면 책임정치도 실종되고 국민 의사가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과거 지구당 체제보다 더 수평적 방향으로 민의를 모으는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공천 개혁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공천 개혁은 당내 민주화 여부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공천을 해야 국회의원들이 당론과 당의 부당한 지시에 구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아가 공천이 제대로 돼야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정당 구도와 인물 중심의 사당(私黨) 구조가 힘을 잃게 된다.
한국에서 정당의 계파는 정책과 노선 차이보다는 돈과 공천을 매개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돈에 의한 계파 관리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따라서 계파 정치 타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공천제도의 개혁이다.
현재는 대선 아래의 선거 단위인 총선과 지방선거에서의 공천 개혁이 화두다. 물론 그동안 여론조사 후 중앙당 추천, 당원경선, 국민참여경선, 공천심사위원회의 외부 개방 등 여러 방안이 도입됐다. 하지만 공천 결과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 맺어진 '후견인과 수혜자'라는 전근대적 관계 설정은 '계파정치'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다수 국민이 공천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면 의원들의 자율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공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정도에 따라 각 당에 대한 국고 지원 액수를 차별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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