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아침으로 무엇을 드릴까요?" "토스트!"
로봇 '마루-M'은 주인의 음성 정보를 인식해 컴퓨터 서버로 전달한다. 이를 전달 받은 로봇 '마루-Z'가 전자레인지 쪽으로 걸어간다. 한 팔을 들어 버튼을 누르고 컵을 꺼낸 다음 옆 토스터기 쪽으로 이동한다. 다른 한 팔로 빵을 집어 든 뒤 돌아서서 바구니에 담고 마루-M에게 다 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마루-M은 바구니를 들어다 식탁에 놓는다. 총 9분이 걸렸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15일 선보인 마루-M과 마루-Z는 첨단 공학기술이 집약된 가사도우미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다. 주인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식사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특히 이날 처음 공개된 마루-Z는 두 발로 걸으며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해 목표물을 찾아 조작하거나 집어서 전달할 수 있다. 유범재 KIST 인지로봇센터장은 "지금까지 개발된 한국의 휴보, 일본의 아시모 같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는 단순히 걷거나 달리는 동작을 구현하는데 기술의 초점이 맞춰졌다"며 "마루-Z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기술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루-Z의 내부 소프트웨어에는 집안의 지도가 저장돼 있다. 두 눈에 달린 카메라는 주변의 물체를 인식해 집안에서의 자기 위치를 파악한다. 이 같은 시각정보만으론 위치가 부정확할 수 있어 연구팀은 마루-Z의 머리 위에 적외선 방출장치와 적외선 카메라를 붙였다. 머리 위에서 나온 적외선이 천장에 설치된 반사장치에서 되돌아오면 적외선 카메라가 인식해 마루-Z가 스스로 미세한 위치까지 조정할 수 있다. 이동 속도는 시간 당 최대 1.5km다.
유 센터장은 "자율이족보행기술과 시각인식기술 조작기술 등을 한꺼번에 한 로봇에 종합해 시연한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한국의 휴머노이드 기술은 미국이나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연에서는 또 마루-Z와 마루-M이 일을 나눠 하게 해 로봇 간 협업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보였다. 2008년 개발된 마루-M은 바퀴로 이동한다.
식사준비 뿐 아니라 요리보조와 청소 빨래 심부름 등 다양한 가사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로봇이 되려면 더 정교한 시각인식기능과 동작기능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기술로 사람의 손가락 동작과 걷는 속도, 보폭을 실시간으로 흉내 내는 로봇 '마루-Ⅲ'도 이날 함께 공개했다. 2006년 처음 개발된 마루-Ⅲ는 당시 제자리에 서서 사람의 양팔 동작만 따라 하는 정도였다.
연구팀은 "향후 공장이나 집안에서 사람의 일을 돕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나 위험하고 오염된 지역에서 사람을 대신해 작업하는 로봇으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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