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리 낙동강 시대가 열린다.
강원 태백시 황지천에서 발원, 영남을 관통해 부산 을숙도를 거쳐 바다로 빠져나가는 낙동강이 생명이 살아 쉼쉬는 강으로 탈바꿈한다. 반변천과 내성천, 감천, 금호강, 황강, 남강, 밀양강, 양산천 등 낙동강 지류도 꿈틀거린다.
민족의 생활터전이었던 낙동강을 홍수피해와 환경오염, 농업유지수 걱정없는 녹색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공사가 수천년 역사상 처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 중 낙동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 2012년이면 모습을 드러낼 생명의 강 낙동강에는 4대강 살리기 총 예산 16조9,000억원 중 9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기대효과도 천문학적이다.
경북권은 생산유발효과 10조4,800억원, 취업유발효과 9만7,600명이고, 경남권도 생산유발 9조원, 취업유발 8만2,700명 규모다. 4대강을 통틀어 일자리 34만명, 생산유발효과가 40조원인 것을 감안할 때 낙동강의 비중은 단연 1위다.
하지만 낙동강의 현실은 참담하다. 연 평균 강수량이 1,000㎜가 넘는 이곳은 강우를 동반한 태풍이 발생할 때면 하류에서 상류쪽으로 비를 퍼부으면서 중ㆍ상류의 홍수피해는 해마다 되풀이되곤 했다. 또 대부분의 제방이 1970∼80년대 물이 잘 통하는 모래와 자갈로 축조되면서 제방 붕괴와 누수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최근 개선 기미를 보이는 수질도 걸핏하면 1,4다이옥산 오염이니해서 페놀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또 대부분 구간에서 저수로 폭이 강 폭에 비해 좁아 수변경관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고 금호강 합류지점의 상류 구간은 갈수때 수심이 얕아 수상, 수변 레저활동에도 큰 제약을 주고 있다.
대역사(大役事)의 효과는 당장 비피해에 따른 홍수예방에서 나타난다. 유역면적이 2만3,000㎢인 낙동강은 2만6,000㎢인 한강과 비슷하지만 홍수조절능력이 3분의 1에 불과, 1997∼2006년에만 태풍과 호우로 4.8조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에따라 이번 공사에서는 퇴적토를 준설해 하도를 정비하고 영주댐을 건설하며 하구둑에 배수문을 증설, 현재 5.5억㎥인 홍수조절능력을 11.6억㎥로 6.1억㎥나 높인다. 상습 침수피해를 겪는 농민들의 몹쓸 땅이 옥토로 리모델링된다.
또 물그릇을 만들어 만성적인 용수부족 현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상주보에서 함안보까지 낙동강 구간에는 8개의 친환경 보(洑)가 조성되고 안동∼임하댐을 연결하며 농업용저수지를 높여 10.2억㎥의 물을 더 확보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물부족국가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낙동강에는 수량만 풍부해지는 것이 아니라 수질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하ㆍ폐수처리장 74개와 마을하수도 238개, 가축분뇨처리시설 신ㆍ증설 20개, 미세먼지(TP) 처리시설 보강 179개, 하수관거 확대 112개 등을 통해 2012년에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좋은 물'에 96% 다가가게 된다. 이쯤되면 생태계 복원은 식은 죽 먹기다.
낙동강에 생명의 소리가 들리면 강 따라 문화 실크로드가 열린다. 문경과 상주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가 강을 따라 부산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길이만 743㎞다.
대구의 '그린 수퍼벨트'와 부산의 '강서신도시 워터프론트' 등 강변에는 멀티레포츠 밸리가 조성돼 종합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인파가 끊이지 않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친환경 생태마을에도 가족단위의 체험객들이 넘쳐나게 된다.
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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