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랭킹 1위 이창호가 세계대회에서 10대 아마추어기사에게 패배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1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벌어진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본선 1회전(64강전)에서 이창호가 한국기원 연구생 한태희군(17)에게 불과 96수만에 불계패, 탈락했다.
이창호는 이날 대국에서 초반에 약간 불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좀더 버티다 보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정작 본인은 아마추어를 상대로 불리한 바둑을 계속 붙들고 있기가 구차하다고 생각했는지 미련 없이 돌을 거뒀다.
세계대회 첫 출전에서 뜻밖에 대어를 낚은 한태희는 현재 한국기원 연구생 1조에 속해 있어 머지 않아 프로입단이 예상되는 아마강자이다. 한태희는 통합예선에서 프로기사 유재호(3단)와 일본의 쯔루야마 아쯔시(6단)을 누르고 본선에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15일 개막 전야제 때 본선 64강전 대진 추첨을 한 결과 공교롭게도 통합예선을 통과한 아마추어기사 5명이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과 구리, 이야마 유타 등 한중일 3국 최강자들과 나란히 맞붙게 돼 있어 바둑계에서는 뭔가 이변이 일어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다. 결국 이창호가 '아마추어의 덫'에 덜컥 걸린 셈이다.
요즘 한국기원 연구생들의 기량이 매우 뛰어나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렇다 하더라도 천하의 이창호가 공식 경기에서 아마추어에게 지자 '신산' 혹은 '끝내기의 달인'이라 불릴 정도였던 그의 정확한 형세판단과 정밀한 계산력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작년말 명인전 우승 이후 컨디션이 많이 회복돼 올해부터는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근 십단전 결승전에서 '17세 소년' 박정환에게 역전패 당한 데 이어, 이번에 또 이런 '돌발 사고'까지 일어나 올해 전운마저 흐려지는 듯한 느낌이다.
한 바둑계 관계자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이창호가 속히 결혼해 생활에 안정을 찾는 게 컨디션 회복의 특효약이 될지 모른다는 처방을 내기도 했다. 이창호는 요즘 한 인터넷바둑사이트 여기자와 열애 중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